14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퀘벡주가 상정한 법안 '빌 21'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키파'를 쓴 한 유대인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종교적 영향력 제거를 표방하는 이른바 '세속주의' 법안인 '빌 21'이 통과되면 교사, 경찰관, 판사 등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근무 중 어떠한 종교적 의상이나 상징물도 착용할 수 없게 된다. (출처: 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퀘벡주가 상정한 법안 '빌 21'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키파'를 쓴 한 유대인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종교적 영향력 제거를 표방하는 이른바 '세속주의' 법안인 '빌 21'이 통과되면 교사, 경찰관, 판사 등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근무 중 어떠한 종교적 의상이나 상징물도 착용할 수 없게 된다. (출처: AP/뉴시스)

“종교의 자유, 제한 없이 보장해야”
반유대 증오범죄 전년比 10% 증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독일 정부가 자국 내 공공장소에서 유대인들을 상대로 유대교 전통 모자인 ‘키파’ 착용 자제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파는 하늘에 있는 신을 경외한다는 의미로, 머리의 윗부분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유대인 전통 모자다. 주로 기도나 식사 시간에 착용하나,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반유대주의 커미셔너인 펠릭스 클라인은 26일(현지시간) 보도된 푼케 미디어 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대 교도에게 독일에서 언제 어디서나 키파를 착용하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독일 등 유럽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증가하는 경향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내무부 자료에 의하면 독일에서는 지난해 기준 약 1646건의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폭력적인 반유대주의 공격은 2017년에는 37건이었으나, 작년에는 62건으로 늘었다. 프랑스에서도 폭력적인 유대인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이와 관련 클라인은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이른바 추모의 문화를 깎아내리려는 지속적인 시도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이 반유대주의 범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그는 경찰, 교사, 변호사들이 무엇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구성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들이 인가된 것이고 인가되지 않은 것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더 잘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클라인의 발언을 들은 이스라엘 측은 반발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대인 사회에 대한 독일 정부의 헌신에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도 “클라인의 발언이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반유대주의에 대한 항복”이라고 비판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우리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결코 우리의 시선을 낮추지 않을 것이며 반대유주의에 절대로 패배주의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동맹들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도 “유대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감춰야 한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는 종교의 자유가 제한 없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당신의 키파를 써라, 당신 친구의 키파를 써라. 우리의 유대인 이웃을 위해 키파를 빌려 써라. 사람들에게 다원주의 사회라는 것을 가르쳐라”고 썼다.

통신사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번 발언에 대해 “클라인은 독일 내에서의 안전을 이유로 유대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종교를 실천할 수 없다고 선언한 첫 독일 연방정부 대표자”라고 비판했다.

반면 클라인의 발언을 옹호하는 쪽도 있었다. 요제프 슈스터 독일 유대인중앙협의회장은 “일부 주요 도시에서는 한동안 유대인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며 정계의 고위 인사들이 상황의 심각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의견을 독일 통신사 DPA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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