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재판은 법원이 구체적인 분쟁사건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종국적이고 공권적으로 내리는 판결, 결정, 명령 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재판은 소송을 청구한 원고와 그 상대방인 피고, 그리고 판단을 해야 하는 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 등으로 구성된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재판정에서 구두로 공격방어활동을 한다. 여기서 소송당사자는 소송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와 관계되는 판결에 앞서서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소송당사자가 재판정에서 자신의 견해를 진술함으로써 소송절차와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소송당사자의 권리를 청문청구권이라고 한다.

청문청구권은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에게 청문의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절차가 보장되며, 소송당사자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과 절차적 지위의 평등이 실현된다. 청문청구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타당하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목적을 위한 중요한 재판상의 권리이다. 그런 점에서 청문청구권은 공정한 재판을 통한 권리의 보호를 실현하려는 법치국가로부터 도출되는 재판절차에 있어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청문청구권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판에 임하는 소송당사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이런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법치국가라고 볼 수 있다. 재판절차에서 청문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보다 더 보장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청문청구권은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재판절차에서 청문청구권은 사법절차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절차에서 청문청구권은 재판청구권이 아니라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청문청구권은 재판철차에서 청문의 기회를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소송당사자가 법원의 결정 이전에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대하여 진술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내용으로 한다. 그래서 소송당사자는 재판에서 진술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청문청구권에는 재판에서 진술에 필요한 정보를 구할 권리도 포함된다. 이는 당사자의 재판기록과 수사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 구체화된다. 헌법재판소는 초기에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확대하여 형사피고인의 형사소송기록 등 행정·사법문서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이 알 권리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하였다가, 소송·수사에 관한 기록에 대한 피고인의 열람신청은 재판청구권에 밀접한 기본권이라고 견해를 바꾸었다.

법원은 판결이유에 소송당사자가 진술한 내용을 고려하고 충분히 드러나도록 기재해야 한다.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한 내용을 기재해야 하는 것은 청문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이 판결이유에서 당사자의 모든 주장을 기재할 의무는 없지만, 당사자의 주장을 고려하지 않거나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이는 청문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서 이유를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납득시키고 불복수단을 강구하도록 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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