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재성은 단순히 가벼운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자 고충하는 생활 철학자다. 이재성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동상 옆에서 두 가지 콩에 얽힌 딸과의 일화를 설명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개그맨 이재성은 단순히 가벼운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자 고충하는 생활 철학자다. 이재성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동상 옆에서 두 가지 콩에 얽힌 딸과의 일화를 설명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가치 있어야 같이 간다’ 출간

“공자왈 맹자왈만… ‘나’ 발견

개처럼 살기 싫어서 책 썼다

행복, 서로 가치 올려주는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경제권을 놓고 벌어지는 미중 신냉전, 북한의 태도에 따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그리고 우리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진보-보수의 양극단. 어지러운 정세와 사상 속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치’라는 말은 다소 무거운 주제다. 가치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사상이 범람했던 춘추전국시대처럼 온갖 아젠다가 들끓고 있는 한반도에서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쉽다면 쉬울 수도, 어렵다면 아주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그 자체로 민감한 말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가치 있어야 같이 간다’라는 화두로 ‘행복’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이가 있다. 개그맨 이재성이다. 그는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라는 뜻에서 ‘지천명’이라 불리는 50줄을 넘어섰다. 이재성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알고 ‘웃음’ 짓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그를 지난 9일 강남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익살이나 우스갯 소리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개그맨’이라는 직업답지 않게 그가 이어가는 말은 사실 그리 가볍지 않았다.

이재성은 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SBS 개그맨이 돼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직업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수십년간 행사나 공연에서 유머를 주고, 강연을 하면서 그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공부했다. 어쩌면 그는 개그맨이라기 보다 철학가에 가까웠다. 수많은 책과 강연을 보면서 심력을 쌓아왔다.

그가 이번에 발간한 책 제목 ‘가치 있어야 같이 간다’는 사람들에게 ‘유유상종’ ‘초록동색’ 등 의미로 읽힌다. 사람은 어찌됐든 비슷한 부류와 어울리게 돼 있다는 뜻이다.

“‘가치 있어야 같이 간다’라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그래요. 그러면 가치 없으면 같이 안 가겠다는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상대방을 너무 이분법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반박이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항상 거짓말만하고 마약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같이 갈 수 있나요. 같이 갈 수 없다고 봐요.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가치가 있으니까, 그 가치는 존중을 해줘야 하지요.”

그가 같이 가고 싶은 ‘가치’는 나와는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악이 되어서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개그맨을 하던 그가 왜 책에는 관심을 보이게 된 걸까. 그는 “개처럼 살기 싫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 이전에도 ‘개그맨처럼 신나게 말해야 인생이 즐겁다’를 저술했다.

개그맨 이재성은 단순히 가벼운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자 고충하는 생활 철학자다. 이재성이 서울 강남 논현동 한 카페에서 자신의 삶 속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개그맨 이재성은 단순히 가벼운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자 고충하는 생활 철학자다. 이재성이 서울 강남 논현동 한 카페에서 자신의 삶 속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공자왈 맹자왈을 하고 있더라는 거죠. 제 사상은 없이 남이 하는 것만 짖고 있더라는 거죠. 그래서 나도 나만의 사상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잉여인간이 되기 싫더라고요. 시골의사 박경철이라는 분의 강의를 보니 사람은 세 부류라고 합니다. 0.1%는 스티브 잡스처럼 아이디를 내는 사람, 0.9%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과 합류하는 인간, 0.1% 나머지 99%는 그 제품을 쓰는 잉여인간이라고 합니다. 밥만 먹고 쓰레기만 배출하다가 지구를 떠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재성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쓴 책은 자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단편으로 이어지는 각 챕터에는 그의 일상 단면이 담겼다. 어느 편엔 딸과의 일화가 에세이 형식으로 담겼고, 그에게 깨달음을 준 지식들이 담기기도 했다. 책은 술술 읽혔다.

그는 고정된 관념은 지양했다. 한번 딱 고정된 관념이 있으면 풀기가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정치‧종교에 빠지지 말아라”며 “하나님 부처님에 빠지는 건 좋다. 하나님이 수많은 교단들을 만들라고 안 했고, 부처님이 그 많은 불교 종단들을 만들라고 안 했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마음공부를 위해서 스님들의 법문을 많이 봤다. 특히 유튜브에 올라온 법륜스님 강의는 1000여편 이상 시청했다고 말했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을 읽고 진짜 그런가 해서 교회도 다녀본 적 있었다. 하나님 공부를 위해 교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유머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날 기자에게도 두 세 가지 유머를 소개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두세 가지 유머를 갖고 있으면 금방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금방 자기 병을 진단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자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세요. 이번엔 오른쪽으로 돌려보세요. 어느 쪽이 더 잘 안 돌아가나요. 오른쪽이요? 그럼 간이 안 좋은 거네요. 왼쪽이요? 임신하셨네요. (웃음)”

사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저 우스갯 소리다. 그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돌렸다가 기자는 순간 간이 안 좋은 사람이 됐고, 웃음이 번졌다.

이재성은 ‘행복’도 개개인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해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딸의 일화를 소개했다. 8 살배기 딸이 학교에서 콩을 심은 두 개의 우유팩을 들고왔다. 하나는 키울 수가 없었던 친구 것이었고, 하나는 딸의 것이었다. 수일이 지나 딸의 콩은 잘 컸는데, 친구의 콩은 조금 자라다 죽어버렸다.

이재성은 딸에게 “채원이가 채원이 콩에 관심을 주고 사랑도 주고 물도 줬더니 잘 자란 것 같아”라고 해석해줬다. 똑 같은 상황에 대해 “그 콩은 죽은 콩이었다” “친구 콩에도 사랑과 관심을 줬어야 했다”고 지적하기 보다 딸의 행동으로 콩이 잘 자라게 한 것을 부각해준 것이다.

“똑같은 상황, 어떻게 해석하실 겁니까. 전 되도록이면 좋게 해석할 거에요. 가장 큰 이유는 딸의 얼굴에서 관심과 사랑을 줬더니 콩이 잘 자랐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생글생글 웃는 행복한 미소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똑같은 상황이라면 상대를 기쁘게 만들어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상대방의 얼굴에서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는 나도 기쁘고 즐겁지요. 상대방의 기분을 즐겁게 올려주면 자연히 나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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