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8m 절벽 충돌.."3,4세 어린이 살려달라 절규"
호주 정부 "비극적 참사..정확한 사상자수 파악중"

(시드니=연합뉴스) 밀입국 선박을 이용해 호주로 들어오던 난민 50여명이 선박 침몰로 숨지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15일 오전6시(현지시간)쯤 호주 북부 크리스마스섬 플라잉피시코브 앞 해상에서 난민을 태운 밀입국 선박이 높이 8m의 섬 절벽에 부딪혀 파손되면서 침몰했다.

이로 인해 배에 타고 있던 난민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사망, 실종됐거나 절벽에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밀입국 선박에는 최소 70명에서 최대 100명의 난민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오후 현재 구조된 난민은 36명으로 나머지는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의료진들이 말했다.

의료진들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할 때 사망 또는 실종자가 최소 5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난민들은 주로 이란과 이라크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현재 해군 및 세관 소속 선박을 동원, 난민 구조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상자수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휴가중인 줄리아 길러드 총리를 대신해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웨인 스완 부총리겸 재무부장관은 "비극적인 참사로 난민들이 다수 사망했다"며 "사고 선박이 높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크리스마스섬 절벽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스완 부총리는 "현재 구조당국이 난민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상자수는 구조작업이 마무리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파손된 선박의 잔해가 사고지점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까지 넓게 퍼졌다고 증언했다.

크리스마스섬카운슬(지방자치단체) 카마르 이스마일 시장은 "난민들 대부분이 중동 출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마일 시장은 "끔직한 사고"라며 "바로 눈앞에서 한 난민이 구조를 호소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3~4살정도 돼 보이는 어린이들은 선박 잔해에 의지한 채 울부지었다"며 "주민들이 구명튜브를 던져줬지만 그들은 수영을 할 줄 몰라 잡지 못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호주 해군과 경찰, 세관 직원들은 자신들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를 난민들에게 던져줬으나 파도가 워낙 거세 구명조끼를 잡는 난민들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사고 지점에 높은 파도가 일고 있고 선박이 완전히 파손되면서 난민들이 바다에 떠다니다가 파도에 휩쓸려 절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섬 주민 고든 톰슨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난민들이 숱하게 보였다"며 "심한 상처를 입은 한 난민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선박이 부딪힌 절벽이 너무 높고 파도가 거세 구조와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행 밀입국 선박 이용 난민들은 호주 영해에 들어왔다가 해군이나 세관에 적발될 경우 주로 크리스마스섬 난민구금센터로 이송돼 난민지위 인정신청 심사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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