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인 지하철. 그 노선을 따라가 보면 곳곳에 역사가 숨어있다. 조선의 궁궐은 경복궁역을 중심으로 주위에 퍼져있고, 한양의 시장 모습은 종로를 거닐며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지하철역은 역사의 교차로가 되고, 깊은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켜켜이 쌓여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지하철 노선별로 떠나볼 수 있도록 역사 여행지를 내·외국인에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연장 내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연장 내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건물로 가득했던 장소
공연시설로 젊은 활기 가득

낙산 따라 길게 이어진 성벽
도심을 감싸고 있어 인상적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담벼락마다 빽빽이 붙은 포스터. 티켓을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모습.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 위치한 대학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연극 공연과 마로니에 공원으로 유명한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랑이 가득 찬 곳이다.

◆공연 이어지는 문화예술거리

대학로가 위치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일대는 원래 학교 건물로 가득했다. 이곳에는 서울대학교 본부, 문리과대학, 의과대학 등이 있었다. 이후 의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기관이 옮겨갔다. 대학 부지 일부에는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됐다. 예술 공연 시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곳이 학교였다는 사실이 잊힐 만큼 변화됐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대학로라고 이름 부르게 됐다.

대학로는 서울 홍대 일원처럼 젊음의 활력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연극과 공연, 음악, 뮤지컬 등이 꾸준히 이어지는 문화예술 거리다. 주말이 다가올수록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발길로 거리는 붐빈다.

낙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천지일보 2019.4.30
낙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천지일보 2019.4.30

◆낙타의 등처럼 보이는 낙산

젊음 가득한 곳에서 한바탕 즐거움을 느꼈다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혜화역 부근의 낙산(駱山)이다. 산 모양이 낙타(駱駝)의 등과 같다고 하여 낙타산 또는 낙산이라 불리게 됐다.

서울 남산, 인왕산, 북악산과 함께 서울을 둘러싼 능선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능선을 따라 조선시대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낙타의 등과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을까. 낙산을 주제로 한 글도 남아있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풀(1974)’을 발표했던 작가 김수영은 지독한 과음을 한 후 ‘낙타 과음’이라는 글을 썼다.

낙산공원 ⓒ천지일보 2019.4.30
낙산공원 ⓒ천지일보 2019.4.30

‘나는 지금 낙타산이, 멀리 겨울의 햇빛을 받고 알을 낳는 암탉 모양으로 유순하게 앉아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는 다방의 창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중략) /창을 내다보며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무기체 같이 그냥 앉아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창밖에는 희고 노란 빛을 띤 낙타산이 바라보인다.’

서울 토박이인 김수영은 한때 낙산의 동쪽 아래에 살았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마을의 뒷산이 그에게는 도성 안 낙산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그러면서도 사연이 많았던 인생이던 그에게 낙산을 바라보는 것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한 듯 보인다.

이화벽화마을에 그려진 시계 ⓒ천지일보 2019.4.30
이화벽화마을에 그려진 시계 ⓒ천지일보 2019.4.30

◆낙산 성벽 너머 집들 빼곡

낙산공원에 오르면 산성 너머로 집들이 산마루를 이루고 있다.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릴 정도로 전망이 좋은 이곳. 노을과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마치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풍경은 그 옛날 한양이 성벽의 보호를 받는 모습까지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때처럼 오늘날도 성벽은 도심을 지켜주는 듯했다.

낙산 입구에는 ‘이화벽화마을’이 있다. 셀럽(celebrity, 유명인)들이 한 번쯤 찾는 곳인 이화벽화마을. 2006년 정부의 지원 하에 예술가들이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빈터에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마을의 이미지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벽화 그림은 다양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한 쌍의 기린, 귀여운 어린왕자, 커다란 시계 등 나만의 사진을 남기기에는 좋은 장소다. 거기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도 있으니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장소다. 가벼운 차림에 사진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즐겁게 나만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화벽화마을에 그려진 벽화 ⓒ천지일보 2019.4.30
이화벽화마을에 그려진 벽화 ⓒ천지일보 2019.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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