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자 원장의 한국전통자기인형 작품인 ‘왕과 왕후의 산책’ (사진제공: 이자방아카데미)

조각ㆍ몰드ㆍ데생 등 틈틈이 공부
궁중 의복, 고증자료 통해 재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국전통자기인형, 이름은 생소하지만 뭔가 한국적인 것은 분명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몰려온다.

스페인에는 ‘야드로’가 있다면, 독일에는 ‘마이센’ 등 유럽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인형 전문 업체들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토우인형이나 종이인형 등은 있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인형은 찾기 어렵다.

서울시 방배동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니 ‘이자방’이란 이름의 인형 아카데미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인형을 만드는 이홍자 한국창작인형협회 회장 겸 이자방아카데미 원장의 작업실이자 강습실이다.

인형은 나의 행복이자 숙명

▲ 이홍자 한국창작인형협회회장 겸 이자방아카데미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나라’하면 옛 왕실문화를 떠올리는데 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통 도자기인형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도 인형 문화가 상당히 발달해 있어요. 그것이 자극이 되었답니다.”

어릴 때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홍자 원장은 특별히 남달랐다고 한다. 인형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을 보는 과정들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인형과 동고동락하는 삶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일본에 거주할 때 고마운 분에게 한국적인 것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전공이 자기 분야였기 때문에 한국적인 자기 인형을 떠올렸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이 해야 할 분야라는 느낌이 들어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인형 제작을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가 인형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한 적도 있었다”며 “당시 우리나라는 조각 작품은 인정해도 인형은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작품 제작 위한 공부 멈추지 않아

이 원장은 조각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조각이 기본인 인형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과 근접한 인형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그때부터 단지 인형을 완성하기 위해 조각과 미술 데생, 석고 몰드, 금속 공예 등을 공부하며 홀로 사투를 벌였다. 그 결과 인형 제작에 노하우가 생기고, 섬세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그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비녀 제작이다. 우리나라 궁중 의복이 모두 섬세하고 미세해 비녀 하나도 완벽해야 하는데, 얇은 비녀를 도자기로만 제작하다보니 다른 물체에 닿아 쉽게 부러지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비녀 하나를 위해 금속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산호ㆍ호박ㆍ비취 등 비녀 장식도 직접 구입해서 보는 사람도 즐겁도록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궁중 의상 중 황후의 예복인 ‘황원삼’을 도자기로 완벽에 가깝도록 재현했다. 재료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주름부터 장식 하나하나가 섬세한 궁중 의복은 보통 저고리보다도 정성을 더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완성된 황원삼 도자기인형은 2008년도에 유네스코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동서양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하고 싶어요”

한국적인 전통 도자기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식 자료가 매우 중요했다고 한다. 그는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며 “궁중 의상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박물관을 직접 다니며 관찰하고, 고증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자부심을 느꼈다.

이 원장은 앞으로 우리 전통 문화를 알리는 도자기인형 작품을 크고 넓은 곳에 전시해 사람들에게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동․서양의 전통인형들도 더 다양하게 도자기로 재현해 동․서양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도자기인형을 집중하여 연구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다”면서 “공방을 마련해 개인 작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홍자 원장의 한국전통자기인형 작품인 ‘외출’ (사진제공: 이자방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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