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 하는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출처: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 하는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출처:연합뉴스)

조세·규제 등 다양한 영역제재

“ILO 협약비준 주권침해 아냐”

“제13조 노동조항 구속력 있어”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이 늦어질 경우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국제노동브리프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이 한-EU 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노동 조항인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정되면 EU는 한국을 상대로 ‘사실상의 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

남궁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EU 노동 조항 위반과 제재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단정적인 생각”이라며 “노동 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조항으로 사실상의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조치와 수출입 물량 제한 외에도 조세·규제·공공 조달·기업 보조금 등 다양한 영역의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EU의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가 주권 침해라는 주장에 “FTA의 목적 자체가 체약국들이 상호 시장 개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정 부분 주권 행사를 유보하는 부분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이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에도 “국제법적 의무는 행위 의무와 결과 의무로 나뉜다”며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은 전자에 속하기에 법적 의무로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EU FTA는 무역과 노동 문제를 연계한 새로운 세대의 첫 FTA로 상징성이 크다”며 “모든 게 처음인 만큼, 이 분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ILO 100주년인 2019년을 노동 조항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해로 삼기보다 오래 미뤄온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행한 해로 만드는 편이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EU는 작년 12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EU FTA 제13장의 분쟁 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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