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사회생활에서 분쟁이 벌어지면 최종적으로 가는 곳이 법원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 간의 분쟁 대부분은 법률에 근거해 해결할 수밖에 없고, 법률분쟁을 전담해 해결하는 국가기관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이다. 그런데 법원은 헌법에 근거해 법원조직법에 따라 설치되는데, 대법원을 정점으로 해 각급법원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법원이 모든 사건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률에 따라 민사법원, 형사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 군사법원 등으로 분산돼 사건을 담당한다.

헌법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청구권적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재판청구권은 사법절차를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재판청구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헌법이 어떤 기본권을 규정하더라도 그 보호를 담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판청구권은 법치국가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런데 재판청구권은 권리보호를 위한 절차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재판의 공정성은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다. 우선 재판이 공정하게 되려면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은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 간에 대등한 관계가 성립될 때 확보된다. 재판의 당사자란 원고와 피고를 말하는데, 양자 간에 대등한 관계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당사자대등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에서 무기대등원칙 내지 무기평등원칙으로 구현된다.

헌법은 제27조에 재판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는 명문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동조 제1항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과 법률에 의한 재판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어서 정당한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고 한다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보는 것 같다. 즉 헌법에 근거해 제정된 법률은 우선 정당하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은 헌법과 법률로 확보된다는 것이다.

헌법은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면서, 형사피고인에게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신속한 재판과 형사재판에서 공개재판을 명문화하고 있는데, 전자는 시간의 경과로 사실관계의 변화가 재판의 효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형사재판에서 공개재판은 재판의 공개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공개재판은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원칙이지만, 단지 형사재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재판에 있어서 원칙이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해 공개재판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물론 동조는 단서에서 재판의 심리에 대해서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고 해 심리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판에서 판결은 예외 없이 공개해야 한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청구권은 절차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절차의 공개를 통해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권리보호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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