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화순적벽, 퇴적암이 줄무늬처럼 예술적인 자태를 보이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화순적벽, 퇴적암이 줄무늬처럼 예술적인 자태를 보이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3

전남 화순 비경 붉은 절벽
이서면 ‘노루목적벽’ 최고
화순 설렘 버스투어 인기
적벽, 세계지질공원 인증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전남 화순군에는 옹성산 아래 신비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1경인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적벽’이 있다.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수려한 절벽 경관이 발달해 있다.

특히 이서적벽을 향해 헤엄쳐 가는 형상을 한 ‘거북섬’이 마치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할 만큼 그 광경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복댐 상류에 있는 ▲노루목 적벽 ▲보산리·창랑리·물염적벽 등이 있다.

화순군 이서면 창랑리, 보산리, 장항리 일대 7km에 걸쳐 있는 붉은 절벽을 ‘화순적벽’이라고 부른다.

본지 기자도 지난 17일 화순 설렘 관광버스에 탑승, 전국 각지에서 온 탐방객들과 동행,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도 감동한 적벽 투어에 나섰다.

전라남도 양해숙 문화관광 해설사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고 탐방객들은 차 안에서도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눈 앞에 펼쳐진 자연 경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노루목적벽 앞에서 망향정을 품고 있는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절리(節理)를 이루고 있어 신비함을 더했다.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은 상시개방으로 쉽게 볼 수 있지만,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은 적벽투어(인터넷 예약)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적벽은 서민들의 휴식처이자 피서지

이날 양해숙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적벽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묘사화로 화순 동복으로 유배를 온 신재 최산두 선생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보고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고 해 이름 붙였다. 이후 호남을 대표하는 하서 김인후, 담양 식영정의 주인 석천 임억령,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금산에서 장렬히 전사한 제봉 고경명 등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적벽을 찾았다. 석천 임억령은 적벽을 유람하고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남기기도 했다.

조선 후기 들어 실학자 홍대용과 정약용도 아버지를 따라 유람을 나섰고,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불리는 난고 김병연도 화순을 세 번이나 찾을 정도로 각별했다.

적벽은 오래전부터 시인 묵객도 많이 찾았지만, 서민들의 휴식처이자 피서지였다. 적벽의 높은 절벽 위에서 짚불을 강으로 날리는 낙화놀이도 즐겼다. 가까운 담양에서도 사람이 몰려올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동복댐이 건설되기 전만 하더라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1971년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1985년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출입마저 할 수 없게 됐다. 댐이 들어서면서 적벽의 일부를 비롯해 인근 15개 마을도 수몰됐다. 지난 2014년 10월 적벽이 개방된 후 천혜의 자연이 고스란히 남은 것은 당연하다. 화순 적벽 가운데 최고 절경으로 이서면의 ‘노루목적벽’을 꼽는다.

적벽을 바라보고 서 있는 망향정 유래

또 적벽을 바라보고 서 있는 망미정(望美亭)은 병자호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정지준(丁之寯, 1592~1663)이 주인으로, 당시 인조가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내려와 초막을 짓고 은둔 생활하며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정자는 1646년(인조 24) 적벽 강가에 지어져 전해 내려오다, 동복 댐이 들어서면서 지난 1983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1983년 동복댐의 완성으로 적벽의 절반은 물에 잠기게 되고 주변 마을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게 된다. 적벽의 맞은편에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설움이 담긴 정자, 망향정이 있다. 망향정은 장두석 선생의 주도하에 전라도의 윤창병 목수가 지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고향을 잃고, 선산에 가지 못하는 수몰민들이 매년 모여서 시제를 모시고, 천제를 지낸다고 한다.

망향정 주변에는 ‘적벽동천’과 ‘적벽팔경’이 새겨진 비석, 수몰된 15개 마을의 비석을 세운 망향비와 망배단, 천제단 등이 남아 있다.

화순군에는 ‘적벽’을 비롯해 운주사, 백아산 하늘다리, 고인돌유적지, 만연산철쭉공원, 이서 규봉암, 연둔리 숲쟁이, 제8경인 세량지가 있다. 그 중 천하 제1경으로 꼽히는 적벽의 웅장함이 탐방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퍼진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설렘화순 버스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탐방객들은 ‘적벽’의 웅장함에 가슴을 펴고 쉼 호흡을 하는 등 청정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화순의 빼어난 자연 환경과 수려한 산새를 돋보이게 하는 ‘적벽’을 찾은 탐방객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잠시 침묵에 잠기는 모습도 보였다.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선경으로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 광관과 웅장함을 뽐내는 화순 노루목 적벽.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선경으로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 광관과 웅장함을 뽐내는 화순 노루목 적벽. ⓒ천지일보 2019.4.23

국내여행을 즐긴다는 김인선(가명, 35, 서대문구)씨는 “한동안 미세먼지로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해서 답답했는데, 물 맑고 하늘도 맑은 탁 트인 공간에서 ‘적벽’의 기암절벽을 직접 보는 순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왔다는 김은정(41, 동구 산수동)씨는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탐방객들은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을 보는 것 자체가 곧 ‘힐링’이다. 자연과 사람과의 무언의 약속이 바로 계절의 변화가 아니겠냐”면서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남도 여행을 왔다는 신은희(50, 여)씨는 버스 안에서 무등산 자락을 내다보면서 “과연 ‘한국의 알프스’라고 한 말이 실감 난다”고 극찬했다.

화순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화순적벽 버스투어는 이서면 방면의 적벽 중심으로 운행됐다. 올해는 적벽과 인근 다른 면 지역의 관광지를 연계한 권역별 2개 코스를 추가했다.

동부권 코스 관광지는 적벽과 ▲국가지정 명승 임대정 원림 ▲김삿갓 종명가가 있는 김삿갓 동산 ▲MBC 아빠 어디가 촬영지인 연둔리 숲정이 ▲오지호 기념관 등을 연계했다.

서부권 연계 관광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순 고인돌 유적지 ▲천불천탑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운주사 ▲조광조 선생 유배지 등이다.

적벽만을 둘러보던 기존 코스도 계속 운행한다. 이 코스의 경우 올해부터 예약 없이 방문한 관광객을 위해 현장에서 신청하고 투어를 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토요일 투어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지역의 프로사진가협회 회원이 관광객에게 적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 인화해 우편으로 발송(재능기부)해준다.

화순군 관계자는 “적벽이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고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돼 전국적 명소가 됐다”며 “화순을 찾는 관광객이 불편 없이 화순의 역사와 수려한 풍광 등을 즐길 수 있게 버스투어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방 6년째를 맞은 화순적벽은 전국적으로 화순의 대표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으로 그동안 관광객 12만여명이 다녀갔다. 설렘화순 버스 투어는 매주 수·토·일요일 주 3회 운행한다.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노루목 적벽을 더욱 동경하게 하는 동복호로 들어가는 듯 긴 목의 거북이 모양을 닮은 거북섬.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 화순=이미애 기자] 노루목 적벽을 더욱 동경하게 하는 동복호로 들어가는 듯 긴 목의 거북이 모양을 닮은 거북섬. ⓒ천지일보 201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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