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유)천둥소리 대표(왼쪽), 천둥소리 회사 전경과 와인보다 부드러운 천둥소리 막걸리를 빚는 재료들(왼쪽). (사진제공: 천둥소리)
 
◆ 와인보다 비싼 막걸리 ‘아리랑’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막걸리 한 병 가격이 1만 5000원이라고? 1500원이 아닐까?

“한 병에 1만 5000원입니다. 충분히 더 비싼 가격을 받을 가치가 있지만, 아직 우리 국민이 막걸리는 싸구려 취급을 하기 때문에 가격을 이 정도로 정하게 됐죠. 많이 팔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막걸리가 한국 전통주의 심벌(상징)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막걸리는 싸구려다’라는 인식을 한 번에 뒤집는 비싼 가격과 ‘와인보다 부드러운 맛’으로 전통주 시장의 골리앗들을 재치고 ‘2007 대한민국 막걸리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막걸리 업계의 다크호스 (유)천둥소리, 이한주 대표의 말이다.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막걸리는 ‘농민이나 먹는 술’이라고 취급하는 게 가슴 아팠다”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막걸리는 ‘아주 훌륭한 술’ ‘와인보다 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술’”이라며 막걸리의 재평가를 요구했다.

남달리 막걸리를 사랑하는 이 대표는 내년에 막걸리의 명품화를 위해 획기적인 일을 계획하고 있다. 바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게 막걸리를 팔겠다며 한 병에 약 2만 원에 달하는 ‘아리랑’ 막걸리를 출시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가격을 낮춰 대형 주류업체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며 고가전략을 펼치는 천둥소리의 담대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와인의 부드러움 능가하다 ‘천둥소리’

▲ 천둥소리를 대표하는 3인방. 위에서부터 세자빈, 꾸지뽕탁주, 생막걸리. (사진제공: 천둥소리)
그 담대함의 원인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천둥소리만의 ‘부드러움’에 있었다.

현재 천둥소리는 대형 주류업체가 전통주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도 월평균 2만 병 이상을 생산하며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을 묻자 그는 “천둥소리만의 부드러움”이라고 답하며 ‘철학’을 논했다.

이 대표는 “천둥소리의 술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부드러움을 천둥소리의 장점으로 꼽는다”며 “대형 업체가 기술력과 힘이 있더라도 천둥소리의 부드러움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았다.

“많이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철학을 담은 천둥소리의 부드러움을 따라올 수가 없죠. 천둥소리는 ‘막걸리는 단순히 술이 아닌 한국의 음식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먼저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음식(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둥소리에서 제조되는 모든 술은 이 대표의 철학을 담아 ‘음악 발효’ 과정을 거친다.

“사람도 즐겁게 일하면 힘든 줄 모르는 것처럼, 쌀을 술로 만들어주는 효모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이왕 일할 때 음악을 들려주면 더 신 나게 일을 해 술맛을 좋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음악 발효를 시작하게 됐다는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술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국악이나 클래식 중에서도 울림이 있으면서 신명이 나는 곡을 들려주자 텁텁함이나 역겨운 냄새가 사라지고 훨씬 부드럽고 깊이 있는 막걸리가 만들어졌다.

이뿐 아니라 천둥소리는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청결미만을 고집해 막걸리 재료로 쓴다. 이 대표는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는 믿을 수 있고 막걸리 제조 환경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 지역의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천둥소리는 전북지역의 쌀뿐만 아니라 물도 그 지역에서 나는 지하 180m 암반수를 사용한다. 또한 향료나 합성감미료, 밀가루 등을 쓰지 않는다는 3무(無) 원칙이 천둥소리의 차별된 맛을 완성시켰다.

재료 선별부터 제조 과정 하나하나에 담은 그의 애정과 철학이 와인보다 부드러운 ‘차별화된 부드러움’을 만들었고, 그 차별성이 ‘아리랑’의 성공을 확신케 했다.

과감한 결정, 철저한 준비로 알린 ‘천둥소리’

▲ 천둥소리 로고. 이한주 대표가 회사명을 천둥소리라고 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자료: 천둥소리)
천둥소리같이 큰 소리로 세상을 향해 ‘우리 술, 우리 것’의 중요함을 외쳐 국민의 마음에 ‘민족애(愛)’를 깨우고 싶었다던 이한주 대표와 막걸리와의 인연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학창시절 종갓집 며느리인 어머니가 빚어 놓은 막걸리를 몰래 먹던 그 짜릿한 맛과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싸구려라 여기는 안타까운 모습이 이 대표를 막걸리 세계로 뛰어들게 했다.

“언젠가는 꼭 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했어요. 그러다 1999년에 마음을 먹고 행동에 옮겼죠.”

그의 결정은 과감했지만 실행은 체계적이었다. 전통주 제조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우선 발효를 알기 위해 대학원에서 1년간 공부했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그것만으로 부족했던 이 대표는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술 좀 잘 만든다는 술도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경험이 있어야 나만의 제조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무보수로 일만 배우게 해달라고 부탁해 길게는 6개월에서 짧게는 2~3개월씩 여덟 군데를 돌며 2년여 정도 기본을 다졌죠.”

이 대표는 그 기간을 통해 “이론이 아닌 몸으로 전통술을 만드는 기본 감각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바닥부터 몸소 배우며 흘린 값진 땀의 결실은 2007년 대한민국 막걸리품평회에서 600여 종의 전통주를 모두 제치고 천둥소리가 대상을 받으며 맺히게 됐다.

게다가 올해는 전국 전통주를 대상으로 개최한 ‘막걸리 월드컵 16강전’에서 16강에 진출하며 그 주질(酒質)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는 쾌거를 이뤘다.

◆ “술과 함께 한국 알리는 술도가를 만들 것”

현재 9명의 직원으로 30억 원의 연 매출을 창출하며 저력을 발휘하는 천둥소리의 내년 연 매출 목표는 100억 원이다. 이미 약 60억 원에 달하는 막걸리 500만 리터 분량은 일본, 홍콩, 미국 등에 수출하기로 확정돼 있을 정도로 천둥소리의 인기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천둥소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매출 상승이 아닌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는 것처럼 막걸리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막걸리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지역의 개인 술도가들이 힘을 키워야 한다”며 “독일과 일본 정부가 지역 제조업체를 보호해 세계를 대표하는 맥주와 청주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이한주 천둥소리 대표. (사진제공: 천둥소리)
하지만 정부의 도움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현실이기에 이 대표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 전통주 제조업체와 협력해 ‘팔도탁주발전협의회(약칭 탁발협)’를 조직했다. 지난달 17일 출범한 탁발협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키울 뿐 아니라 우리 술의 고급화와 세계화를 위해 함께 도전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 대표의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천둥소리를 “술을 뛰어넘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술도가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40여억 원을 들여 천둥소리를 새롭게 짓고 있다.

새로운 천둥소리 공장을 통해서 술 만드는 과정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 음악이나 놀이 등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테마가 있는 술도가’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가 이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내가 먼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변화된 술도가의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의 것, 막걸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처럼 우리 것이라면 무조건 저평가하던 인식이 ‘와인보다도 부드러운 천둥소리 막걸리’와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술도가, 천둥소리’를 통해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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