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광대학교 김도공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도공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다종교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종교’라는 말을 처음 듣는 순간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품을까.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는 생각을 품지는 않을까. 그래서인지 지금의 종교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젊은층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있어 어렵고 난해하기만 한 종교세계를 보다 쉽게 풀어주고, 특정종교에 대한 교리 보다는 현대사회에서의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는 것을 삶의 작은 소망으로 둔 이가 있다. 원광대학교 교내에서 그 작은 꿈을 실현하고 있는 원불교학과 김도공 교수를 만났다. 

◆ 종교는 ‘죽음을 자각’하므로 시작된다

김 교수는 종교에 대한 시작은 죽음에 대한 자각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전 세계 어느 누구라 할지라도 이 시기가 다가오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종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과거 수천년 전이나 과학문명이 발달한 21C 첨단과학시대에서도 인간의 원초적 문제는 죽음이며, 모든 일류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영원한 생명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간은 영원히 살고자하는 강한 욕구가 마음 속에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종교적인 성향을 자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종교적인 성향이란 인간이 누구나 갖는 욕심과 욕망이 과할 때 갖게 되는 죄의식을 참회하고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선조들은 냉수 한 그릇을 떠놓고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인간은 온전한 존재가 아니다보니 불안하게 되면 무언가에 의지를 하게 됩니다.”

이 같은 행동이 종교적 성향이라고 말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학생들 또한 용서와 참회를 하고 기도를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유언장을 쓰게 합니다. 또 참회록 쓰기나 감사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또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한 다음 그에 소감을 적도록 한다. 그는 “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서 자신이 품고 있는 하나의 교육철학을 설명했다.

김 교수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다. “막연하게 삶에 대해 생각하다가 고속도로에서 통제불능의 차량사고를 겪어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였을 때, 죽는다는 것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순간 그동안의 삶과 인생을 파노라마 같이 되돌아보게 됐다는 김 교수는 “마음 속 깊이 아쉬움이 들었다. 살면서 아쉬운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품었다”고 한다. 가끔 수업시간에도 그 이야기를 한다는 그는 “그 일 후 일반적이던 생활에 변화가 왔다”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생활이 종교적인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한다. 김 교수는 매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행복은 덤으로 받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 종교, 생명 중시하는 정신문명시대 이끌어야

김 교수는 현대사회 속에서 순기능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는 종교세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류 역사를 자세히 보면 신(神) 중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 중심에는 신(종교)의 역할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인류가 인류 중심의 사회를 살기 시작한 건 과학이 발달해오던 400~500년에 불과하죠.”

그는 “인류의 욕망으로 파괴된 자연과 사회환경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인간성도 인격도 파괴되고 마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인류 스스로 인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미래는 인간중심사회가 아니라 생명중심사회로 변화할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동일한 가치로서 존중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종교도 그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종교는 먼저 생명을 사랑하는 인성을 회복해야 하며 이 일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회복된 인성을 밑바탕으로 한 영성 곧 정신문명시대를 맞이하는 종교의 순기능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의 기본 마음자세를 잊고 있다”며 “이미 흔들린 마음을 온전히 하는 마음의 문제, ‘마음공부’의 문제는 필수”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원불교의 마음공부에 대해 “우리들의 마음자세에 그름은 없는지 흔들리는 마음의 중심을 잡고 분노·욕망·환상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마음공부의 시작”이라며 “지극히 미미한 출발로 보이지만 마음공부는 실제에 있어서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과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1일 수덕사를 찾은 원광대 김도공 교수와 원불교학과 학생들. (사진제공 : 김도공 교수)

◆ 종교는 달라도 교리의 가르침은 한 뜻·한 길

김 교수는 종교인 품어야 마음자세를 원불교의 교리 가운데 하나인 삼동윤리를 통해 설명했다. 원불교의 가르침 삼동윤리는 진리를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고, 하나의 인류로 대동화합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인 ‘동원도리’는 종교·교파가 그 근본은 다 같은 한 근원의 도리라는 뜻으로, 미래의 종교가 나아갈 길을 말한다. 그는 “수많은 종교가 있고 종단마다 교리를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각 종교의 주장과 방편에 따라 교화를 펴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종교의 근본적 진리와 궁극적인 목적은 다 같이 평화롭고 안락한 이상세계 건설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든 종교인은 비록 이름이 다르고 교리와 제도와 의식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으나 그 근본은 하나인 것을 알아서 서로 하나를 바라야 한다”며 “종교 간에 서로 분열 대립 투쟁 비난할 것이 아니라 화합 이해 융통 조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동기연계’는 모든 인종·생령이 근본은 다 같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라는 뜻으로, 미래의 인류가 한 가족이 되는 길을 가르친다.

김 교수는 “이 세상의 많은 인류와 무수한 생령들이 그 이름은 서로 달리 하고 있으나 그 근본은 다 같이 한 기운으로 연계돼 있다”며 이에 상생상화의 선연을 맺어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그는 “민족과 나라가 달라서 인류는 수많은 전쟁을 되풀이해 왔다. 사람과 사람, 생령과 생령들은 서로 이름과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생존경쟁을 전개해 온 것”이라며 “만물은 서로 동포은(同胞恩)의 관계이며, 모든 인류와 생령이 한 기운으로 맺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서로 화합과 사랑으로 함께 잘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동척사업’은 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 데 힘이 되는 것을 말하며, 미래의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건설하는 길을 배우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서로 간 대동화합해 인류세계를 열어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치 경제 국방 문화 산업 등이 때로는 서로 모순 대립되는 것 같지만 역시 다 같이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켜 가려는 것”이라며 “입장과 주장은 서로 다르나 결국은 풍요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기에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고 자기의 단점을 수정 보완해 하나같이 평화세계·복지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동윤리를 통해 서로 모양이 다른 사회뿐 아니라 종교 간에도 통합과 회통을 할 수 있는 일치의 윤리를 깨우치고 있다”며 “생명을 중시하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도래한 정신문명시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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