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손세기, 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2’ 특별전이 열렸다. 공개된 정선의 ‘북원수회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손세기, 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2’ 특별전이 열렸다. 공개된 정선의 ‘북원수회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展2
 겸재 정선 풍경화 등 작품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716년 가을, 이광적의 기와집 사랑채에 인왕산과 북악산 기슭에 사는 원로들이 모였다. 이 자리는 89세인 최고령자 이광적(1618~1727)을 포함해 70세를 넘은 동네 노인들의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인인 이광적은 벼슬이 가장 높고 나이도 가장 많았기 때문에 방안에서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고 있어 상석에 앉았다. 그다음은  원로들의 벼슬, 나이와 상관없이 단지 도착한 순서에 따라 좌석의 차례를 정했다. 여종들은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있다. 섬돌 위의 신발과 노인들의 지팡이의 모습은 당시 모임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18세기 양반 풍속, 산천 그린 겸재 정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련된 ‘손세기, 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2’ 특별전에서 공개된 ‘북원수회도’. 1716년 서울 장동(壯洞, 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일대) 이광적의 기와집에서 열린 마을 원로들의 장수를 축하하고 그 모임을 기념하는 그림이다.

오늘날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듯이 겸재 정선은 북원에서의 모임을 꼼꼼하게 묘사해 그림으로 남겼다.

겸재 정선의 비로봉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겸재 정선의 비로봉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300년전 북원의 잔치는 흡사 신선 모임과도 같아 보인다. 또한 그림 뒷부분에 수록된 참석자들의 축하 시와 함께 당시 양반의 생활 풍속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서화는 인간의 사회, 자연에 대한 선조들의 생각과 마음의 획과 면·색채·문자 등을 표현한 고도의 예술이다. 옛사람들은 글씨와 그림을 ‘같은 뿌리에서 자란 것’으로 보아 함께 쓰고 그리며 감상했다.

일찍이 서화는 문인(文人)의 예술로 애호됐으며, 시·서예·회화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역대로 신분이 고귀한 왕실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상류층 가문에서 서화가가 배출되는 한편 서화를 주관했던 관청에서도 유능한 직업 서화가들이 양성됐다.

조선 후기 대표화가인 정선도 ‘북원수회도’를 통해 북원(北圓)의 건물과 수목 등을 세밀하게 그렸고, 참석자 및 시종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도 충실하게 그렸다.

‘북원수회도’와는 달리 ‘비로봉도’에서는 금강산의 봉우리를 과감하게 그린 정선의 개성적인 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정선은 1711년 금강산 일대를 여행하고 ‘신묘년풍악도첩’을 제작했다. 뭉게구름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비로봉을 표현했고, 그 아래 중향성 암봉(岩峰)들은 줄지어 배치해 비로봉을 부각했다. 독자적인 화법으로 그린 정선의 금강산 그림은 소재와 화풍 면에서 후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서화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서예가들의 작품도 공개됐다. 17세기 문인인 조문수(1590~1647)의 ‘이군산방기’는 북송 최고의 문장가인 소식의 글을 행서의 기운이 도는 해서체로 쓴 작품으로, 작은 글씨가 명쾌하고 힘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역대서법과 중국서법을 익혀 한국적 서풍을 일으킨 백하 운순(1680~1741)의 초서 편지와 추사 김정희(19786~1856)의 서첩도 공개됐다.

심사정(1707~1769)의 ‘선유도(船遊圖)’도 전시됐다. 아름다운 담채로 그린 선유도는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인물들의 모습이 신선 놀이처럼 느껴진다. 김득신의 능숙한 수묵 표현이 돋보이는 ‘출문간월’에서는 한밤중 개가 짖자 밖으로 나와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동자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편 이 같은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손세기·손창근 기념실)에서 7월 7일까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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