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낙태죄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가운데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회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청년생명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낙태죄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가운데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회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청년생명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6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앞두고 한국교회 내 보수-진보진영이 상반된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개신교 보수진영인 한국교회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이승희‧박종철‧김성복 목사)과 한국교회언론회(교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가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달 10일 개신교 진보진영 단체인 평화나무(대표 김용민)가 보수진영의 이같은 입장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나섰다.

한교총은 지난 3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의 낙태죄 폐지 의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는 논평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의 완전폐지를 결정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교회언론회는 같은 달 3일 낙태죄 폐지 반대 논평을 내고 “낙태는 생명 주권자에 대한 도전이며, 명백한 살인”이라고 단언했다. 교회언론회는 “만일 낙태를 죄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생명 경시 현상 가중에 더해 많은 생명이 합법적으로 죽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평화나무는 “보수 개신교계는 낙태 반대 주장하기 전에 ‘성차별 온상’ 자신의 들보부터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수 교계는 낙태를 통해 고통받는 주체가 여성이고, 이 여성이 육체만 아니라 심리적 고통마저 도맡아 해야 하는 현실에 주목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낙태죄를 없애면 성도덕의 문란이 가중된다는 남성 중심적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낙태를 시술한 의료인 등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3년간 낙태죄로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한 해 평균 15건에 불과하고, 절대 다수가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 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나무는 “그동안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도 1953년 제정된 이래 66년간 유지돼왔던 낙태죄는 2012년 합헌 결정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 폐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중절의 고려 사유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았습니다. 또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44%,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42%로 그 뒤를 이었다.

평화나무는 “출산과 육아에는 노동, 보육, 교육, 주거 등 모든 문제가 중첩돼 있다”며 “낡은 법에 묶일 것이 아니라 임신중절 사유들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해 보인다. 이런 면에서 보수 교계는 사회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단선적 주장만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보수 교계는 목숨 걸고 생명 경시 현상을 막겠다는 선동에 앞서 남성 목사 등의 성폭력에는 관대하고, (예장합동 등 일부 교단의 사례로서) 여성 목사 금지 원칙을 고수하며, 교단 내 ‘성범죄처벌법’ 제정이 불발되는 등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교회 관행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낙태 비범죄화와 낙태 반대가 한 데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여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경력단절 해소, 사회적 편견 일소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0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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