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나경원 “정말 이석 필요했다면 양해 구했어야”

민주당 “산불 언급돼… 늦은 이석은 한국당 탓”

전날 운영위, 산불 순간에 정쟁… 피해는 국민이

[천지일보=김수희 기자] 강원도 속초·고성 등에 대형화재가 발생한 지난 4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늦은 이석을 두고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저희로선 유감스러운 게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정말 이석이 필요하다면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운영위원회에서 눈살 찌푸리게 한 장면이 있는데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안보실장, 비서실장이 국회에 발 묶여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위기대응에 임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한국당은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당이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있지 않은 것 아닌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도 고성에서 전날 오후 7시 20께 화재가 발생했지만, 여야는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정 실장의 이석에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국가재난 컨트롤 타워역할을 하는 정 실장은 오후 10시 28분이 돼서야 이석할 수 있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오후 11시 30분이 돼서야 이석이 허용됐다.

이날 있었던 운영위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 업무보고가 이뤄지는 자리였다. 정쟁을 벌이던 여야가 3월이 돼서야 올해 첫 국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은 최근 불거진 청와대 인사문제 등에 대한 질의를 벼루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오후 3시 15분께 청와대 업무보고가 시작됐고 질의를 진행하는 도중 강원도에 난 산불이 커졌다. 오후 9시 32분께 위원장인 홍 원내대표가 정 실장의 이석을 요구했지만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차수변경을 요구했지만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간사 간 빠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야당으로서는 청와대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간단히 이석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당은 추가적인 정쟁이 예상돼 ‘차수 변경’에는 끝내 반대했다.

결국 각자의 이해관계로 정쟁만 벌이다 피해를 입은 건 국민들이다. 여야는 “네 탓” 공방만 벌일 뿐 책임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전날 불이 난 시각 여야는 노 실장, 정 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질의가 한창이었다. 이후 오후 7시 52분께 식사를 위한 정회를 한 뒤 오후 9시 25분께 회의를 다시 열었다.

오후 9시 32분께 홍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고성 산불 문제를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 실장에게 “고성 산불 문제를 지금 얼마나 파악하고 있냐”고 물었고, 정 실장은 민간인 대피령 발령, 소방차 50대 동원 등 화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는 “상황이 굉장히 심각한데 추가 질의가 없다면 바로 (정 실장을) 이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 실장에 대한 민주당 윤준호 의원, 한국당 정양석 의원 등의 질의가 이어졌고 오후 9시 57분께 다시 정 실장 이석에 대한 한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홍 원내대표는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 근데 (정 실장이) 위기대응 총책임자라서 (이석에 대한) 양해 구했더니 (한국당이)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금부터 효과적으로 진행할 테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국회에서 지금 저렇게 대형사고 산불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해야 할 책임자를 우리가 ‘이석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때가 되면 위원장 직권으로 (이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외교 참사는 더 크다”고 반발했고, 나 원내대표도 “청와대를 (국회로) 부르기가 쉽지 않다. 처음하는 업무보고”라며 “(청와대 업무보고는) 오후 3시반이 돼서야 시작했다”고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최대한 빨리 정 실장이 (화재 현장에) 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면서도 “국회에 나온 정 실장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쟁이 아니라 들어야 한다. 그것을 고성 산불하면서 우리가 발목잡기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후로도 나 원내대표, 한국당 강효상 의원, 한국당 송석준 의원의 질의가 이어졌고, 오후 10시 35분께 홍 원내대표가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다. 이건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는 화재”라며 정 실장의 이석을 허용했다.

오후 11시 25분께에는 노 실장의 이석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나 원내대표는 위원장인 홍 원내대표에게 ‘차수 변경’을 요구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은 홍 원내대표에게 “차수 변경도 안 하고 오랜만에 청와대 만났는데 (질의도) 안하게 해주고,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노 실장 가는 것은 동의하고 꼭 가야하는 인원은 가셔도 좋다”면서도 “인사수석, 국민소통수석, 정책실장 등 저희가 질의하고 싶은 대상과 꼭 같이 가야 하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비서실장과 홍보수석만 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며 두 사람의 이석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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