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수사 기법 중 하나인 디지털 포렌식 분야의 권위자인 이상진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이버상에 남긴 범죄 흔적 찾아내는 ‘디지털 포렌식’ 연구 개발해

제3회 대한민국 사이버치안 대상 수상한 이상진 교수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미국의 범죄 과학수사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학수사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사이버범죄가 급증, 지능화됨에 따라 컴퓨터·휴대폰·내비게이션 등과 같은 디지털기기의 파일과 정보를 분석하고 복구해 수사나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 증거를 만드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95년부터 해커수사대를 만들어 컴퓨터와 범죄를 연결해 분석했던 경찰은 2000년부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디지털 분석팀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16개 시·도 지방경찰청에도 해당 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과학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포렌식을 연구·개발하는 이들이 존재해서다.

디지털 포렌식의 권위자로 관련 학회까지 창설, 논문 11편을 발표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이뤄낸 이상진(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사진) 교수는 그의 연구결과를 인정받아 지난 17일 치러진 제3회 대한민국 사이버치안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 현상에는 흔적이 남잖아요. 사이버상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컴퓨터나 저장매체에 범죄 흔적이 남게 되거든요.”

쉽게 말해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증거자료를 수집·분석·보존하는 수사기법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포렌식이다. 이상진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암호 관련 연구를 하다가 범죄자가 숨겨놓은 데이터를 찾는 업무로까지 확장되면서 2004년부터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어릴 적 한 번쯤 신비롭게 봤을 거예요. 스파이들이 암호문을 보낼 때 그대로 비밀이 새나가기 때문에 투명한 그림이나 글씨로 숨겨 보내잖아요.”

이제 암호기술 대신 디지털 콘텐츠로 위·변조하는 세상이 됐다. 즉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전자문서의 텍스트·그림·동영상·음악파일 등으로 위·변조를 한다. 하지만 칼이 있으면 방패가 있기 마련. 디지털 워터마킹(Digital Watermarking)을 통해 위조나 변조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이상진 교수와 대학원 연구팀이 지난해 미국 ‘디지털 포렌식 챌린지’에서 1등을 차지한 상패(뒷쪽)와 이 교수의 ‘디지털 포렌식’ 개론 책자(앞쪽)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이 교수와 대학원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 국방부 산하 사이버크라임센터(DC3)가 주최한 ‘디지털 포렌식 챌린지’에서 1등을 차지했다.

2등부터 9등까지가 전부 미국 팀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실력이 인정된 셈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이 우승해 심사자들이 놀라워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 사이버크라임센터 컨퍼런스에는 초대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고 본다면 국방원쯤 될 텐데 외부인에게 공개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회피하기 위해서 보통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는데 사이버상에서도 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려고 한다. 이 교수는 디지털 포렌식이 쓰이는 사례를 들어 설명해줬다.

“친구 여중생을 죽이고 그 시체를 토막 내버린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인터넷에서 그 방법을 검색한 거죠.”

그는 범죄자들이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사건 진행 과정을 확인해 보는 경우가 많아 용의자 PC를 압수해 검색 목록을 찾아내면 부인할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거꾸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데도 사용된다.

“보통은 목격자가 있어야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나 웹서핑, 온라인 게임을 했는지 여부는 시간정보를 추적해낼 수가 있어 용의자의 진실성을 알 수가 있어요.”

또한 디지털 포렌식은 기업의 기술유출 사건 조사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예전처럼 손으로 빼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컴퓨터 외부저장장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메일을 복구해서 용의자의 주변관계도 알아낼 수가 있고 불법 컨텐츠 다운로드 등 데이터와 연관된 수사에는 대체로 활용된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성폭행범인의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대상자들의 나체사진을 지운 흔적이 발견돼 그대로 묻힐 뻔했던 여죄가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제 이 분야도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데이트를 확실히 지우는 기술도 나오고 있어 끊임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다. 어디선가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디지털기기의 특징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기술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산하의 연구진이 구성돼 좀 더 많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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