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예방해 염수정 추기경과 환담을 나누기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예방해 염수정 추기경과 환담을 나누기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치적 성향 짙은 한기총 예방, 전광훈 목사와 친분 과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만남에선 낙태죄 폐지 반대 지지

가장 먼저 찾았지만… 합장인사 안 해서 불교계 ‘꼬투리’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종교계 예방을 이어가며 각 종교계 분위기에 차이가 나고 있다. 기독교와 보수진영은 화색을 띠지만 불교계와 진보진영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읽힌다.

20일 황 대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예방했다. 최근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를 앞두고 집회를 이어가는 천주교는 지지자를 얻었다. 전광훈 대표회장의 자격 논란으로 개신교계 내 비판을 받고, 친 정치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기총은 적극 환영하는 모양새다. 반면 지난 14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찾은 후에는 황 대표가 개신교 장로라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불교계 매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일 황교안 대표는 염수경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 최근 천주교계가 진행한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염두에 둔 듯 먼저 ‘생명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수환 선종 10주기를 언급하며 생명운동에 대해 운을 띄웠다.

이에 염 추기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낙태를 보면 태아는 가장 힘없는 한 사람이다. 아이도 죽지만 산모도 역시 피해를 본다”며 “둘이 서로 피해를 보는데 하나는 죽고, 그런데 그것보다도 둘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교회에서 반대만하면 안 된다고 해서 ‘미혼모 돕기 운동’도 시작을 했고, 여성만 책임 있는 게 아니라 남성도 똑같이 책임이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것을 만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생명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천주교계는 헌재의 낙태법 폐지 재심의와 관련해 낙태죄 폐지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청년들이 대회를 열었다. 그간 천주교계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해왔고, 현재 107만여명이 서명을 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어떻게 보면 태아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약한 생명 아닌가. 존중돼야 되는 또 하나의 생명이고, 어른들이 마음대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정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도 뜻을 같이 한다”고 천주교계 낙태죄 폐지 반대를 지지했다.

또 황 대표는 “우리사회가 부정적인 것을 보는 것보다는 밝은 사회, 긍정적인 면을 보는 이런 상황이 굉장히 바람직한데 지금 그렇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서로 공격하고 또는 거짓으로 다른 사람들을 더 괴롭히고 이런 것들이 확실하게 바뀌어져야 될 텐데, 그건 아마 가톨릭에서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주교계가 선플운동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예방해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예방해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 대표는 한국교회 교단연합기관 중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한기총을 찾았다. 현재 개신교 교단연합기구는 한기총 외에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있다.

황 대표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의 회동에서는 양측의 친밀감이 더욱 부각됐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위기적 상황이라며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앞으로 이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서길 바라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이에 황 대표는 “과분한 말씀을 해주셨다. 감사드린다”면서도 “오늘 저는 제 말씀을 드리러 온 것이 아니고, 저희 대표회장님을 비롯해서 우리 교계의 원로 목사님들 말씀을 들으러 왔다”며 화두를 돌렸다.

황 대표는 국회조찬기도회 내용을 언급하며 “크리스천으로서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역할들을 우리가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또 당도 그런 입장을 강고하게 가지고 이 정부의 잘못된 정치를 막아내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부로 규정하고 탄핵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는 황 대표와의 사적 친분도 강조했다. 전 목사는 “제가 사석에서는 늘 장로님이라고 부른다”며 “개인적으로 부르는데 너무 잘 아신다”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승만 김구 여운형 김규식 등을 언급하며 독립운동과 건국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섰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위기 가운데 같은 신앙을 가지고 계시는 황교안 대표님이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되셔서 정말 저희들이 기대가 크다. 나라를 바로 세워주실 줄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해 호국불교, 자연공원법과 지방세 시행령 등에 대한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황 대표는 “법 이름만 봐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며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마곡사에서 고시공부를 한 적이 있다면서 대화의 주제를 이끌었다.

황 대표가 원행스님을 예방한 후 불교 매체들은 황 대표가 원행스님에게 합장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웃종교에 와서는 그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이에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즉각 종교적 ‘무례’라고 맞받아쳤다. 특정 종교를 가진 정치인이 등장할 때마다 종교계는 이를 견제하는 신경전이 해묵은 종교갈등으로 번진다.

이번 예방으로 종교계 신고식을 치른 황교안 대표가 향후 정치적 행보에서 종교계 균형을 어떻게 잡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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