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안규철 작가의 작품인 ‘DMZ 평화의 종’. 이는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거는 종탑으로 만들었다. ⓒ천지일보 2019.3.20
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안규철 작가의 작품인 ‘DMZ 평화의 종’. 이는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거는 종탑으로 만들었다. ⓒ천지일보 2019.3.20

문화역서울284 ‘DMZ’ 展
50여명 예술가, 평화메시지 전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비무장지대(DMZ)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아십니까?”

상호 대치중인 남과 북의 휴전선 감시초소(GP)가 담긴 대형사진 앞에 서 있던 박종우 작가는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질문했다. 시선을 주목시킨 그는 “임진각이 바로 우리나라 GP가 시작되는 곳”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1번지 문화역서울284에 마련된 ‘비무장지대의 변화와 평화 과정 조명’을 담은 DMZ 전시. 이곳에 비치된 대형사진 ‘인사이드 DMZ–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는 남북대치의 와중에 생겨난 군사 건축물이 보여주고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또한 공개된 영상은 긴장된 상황에서도 북한 군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DMZ는 1953년 정전 협정을 맺은 남과 북이 휴전선에서 남북 측으로 각각 2㎞ 떨어진 곳에 철책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4㎞ 폭의 비무장지대가 형성됐다.

박종우 작가의 대형사진 작품인 ‘인사이드 DMZ – 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 이 사진은 남북대치의 와중에 생겨난 군사건축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천지일보 2019.3.20
박종우 작가의 대형사진 작품인 ‘인사이드 DMZ – 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 이 사진은 남북대치의 와중에 생겨난 군사건축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천지일보 2019.3.20

박 작가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수만장의 DMZ 사진을 남겼다. 그가 이곳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DMZ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출입이 허락된 소수 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땅. 그래서 영상과 사진을 남기기 어려운 땅. 하지만 누군가는 변화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박 작가는 “정전 이후 DMZ 안에는 카메라가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아무에게도 출입이 허가되지 않은 이 땅에 대한 기록을 남긴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안규철 작가의 작품인 ‘DMZ 평화의 종’. 이는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거는 종탑으로 만들었다.ⓒ천지일보 2019.3.20
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안규철 작가의 작품인 ‘DMZ 평화의 종’. 이는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거는 종탑으로 만들었다.ⓒ천지일보 2019.3.20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는 안규철 작가의 ‘DMZ 평화의 종’이 공개됐다. 이 작품은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종탑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평화가 오면 전쟁 시 사용하던 무기를 녹여 쟁기와 보습으로 바꾸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안 작가는 왜 종탑이라는 소재를 택한 걸까. 그는 “소리는 철조망을 넘나들 수 있다”며 “물리적 구조물이 소리로 바뀌어 퍼져 나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아픔을 담은 DMZ라는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피하지 말고 넘어서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태동 작가의 ‘강선(腔線)’ 시리즈. 작가는 전쟁의 잔흔이 남아있는 경원선 라인 인근(동두천-백마고지역)의 새벽 시간을 추적해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동숭터미널, 군복 코스튬을 한 여인, 마을 안에 있는 전쟁유적지의 총흔, 미군기지 옆 작은 마을의 부서진 담벼락, 새벽 시간 전쟁 마을의 특유의 긴장감을 담은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빛나고 있던 밤하늘 별의 모습을 사진에 기록했다. ⓒ천지일보 2019.3.20
김태동 작가의 ‘강선(腔線)’ 시리즈. 작가는 전쟁의 잔흔이 남아있는 경원선 라인 인근(동두천-백마고지역)의 새벽 시간을 추적해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동숭터미널, 군복 코스튬을 한 여인, 마을 안에 있는 전쟁유적지의 총흔, 미군기지 옆 작은 마을의 부서진 담벼락, 새벽 시간 전쟁 마을의 특유의 긴장감을 담은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빛나고 있던 밤하늘 별의 모습을 사진에 기록했다. ⓒ천지일보 2019.3.20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만큼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도 특별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냉전의 산물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의 시대적 의미와 감시초소 철거에 담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전달하는 자리인 것이다.

특히 비무장지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선과 통제구역, 통문,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과거부터 감시초소가 없어진 미래의 비무장지대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시는 구성했다.

전시가 열린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는 남과 북을 연결했던 경의선 열차의 ‘출발점’이라는 장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에 남북 정상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던 비무장지대와의 공통된 상징성으로 그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50여명의 예술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21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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