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의 개혁을 촉구하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15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의 개혁을 촉구하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15

첫단식 주류언론 조명 받아
설정 총무원장 자진사퇴해

“종단 정교유착 개혁” 외치며
두번째 단식 시작, 한달 넘겨

“조계종-정부 함수관계 밝혀라
자승 내보내야 종단 정화 가능”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내일모레면 아흔인 노비구가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지 30여일이 지났다. 지난해 6월 20일 단식 때와 마찬가지로 노승이 바라는 건 여전히 ‘대한불교조계종의 정화’다. 그는 조계종 적폐가 자승 전 총무원장과 그의 일당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혀야만 단식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본지는 15일 30여일째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단식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설조스님(89)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당시 설조스님은 조계종 개혁을 위해선 총무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41일간 단식했다.

지난해 설조스님의 단식 선언 후 수많은 불교단체가 지지에 나서고 성명을 쏟아냈지만, 주류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가 안 되니 종단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설조스님의 단식에 대해 관심 갖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 대선배인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88세의 설조스님이 단식에 나선 사연을 전하며 언론들의 보도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덩치 큰 언론들이 부랴부랴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단식 16일째에는 조계종 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의원 5명의 스님이 단식장을 방문해 종단 현안을 다룰 원로회의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설정스님은 탄핵 확정을 하루 앞둔 8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자진사퇴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퇴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조스님은 아직 종단이 청정해진 것은 아니라며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주위의 설득으로 병원에 옮겨졌다.

저번 단식과 마찬가지로 불자들이 찾아와 설조스님의 단식을 만류하고 있지만, 스님은 이번에야말로 종단 개혁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님은 조계종단이 여전히 ‘정교유착’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 한목숨 바쳐서 종단이 바로 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설조스님은 먼저 문재인 정부가 사회 적폐 청산엔 열심이지만, 종교계 적폐 청산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조스님의 설명 따르면 단식을 중단했던 지난해 8월 초 청와대 한 관계자가 모 인사에게 “설정 총무원장 퇴출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발언한 것을 전해 들었다. 이는 문 정부가 조계종 적폐청산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설조스님의 주장이다.

또 스님은 단식 중에 천막에 찾아온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가 “조계종 문제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발언했다며 이 같은 발언은 자승 전 총무원장과 어떤 함수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설조스님은 “자승 집행부의 일당의 정교유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부터 이어져 현 정권인 문 정권과도 계속되고 있다”며 “조계종의 적폐 원흉인 자승 일당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길래 보호하려고 하느냐. 하루 속히 함수관계를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 단식으로 인해 설정 총무원장 한명 퇴진했다고 해서 조계종이 맑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그 배후인 자승 일당이 조계종을 떠나야만 조계종의 적폐가 청산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스님은 “이를 방해하는 사람이 내가 보고 듣기에는 청와대 즉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촛불정권이라고 할 수 있나. 청와대는 자승이 떠나는 것을 막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설조스님은 교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때그때 대화를 하고 같이 걱정하고 잘못이 있으면 개선하고 잘된 일이 있으면 성향하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설조스님은 “지금 우리 교단은 언로 즉 말이 막혀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말의 길이 막혀 소통이 안 되는 집단은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행 총무원장이 치리를 잘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착각”이라며 “원행 총무원장은 종단의 문제점을 품고 외부로 그 소리가 안 나가게끔 하는 것이다.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치리를 잘한다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번 단식과는 달리 주목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의문을 표하자 스님은 “지난번에도 단식 초반에는 보수 언론들은 상당 기간 침묵을 했었고, 진보 언론인 한겨레·경향신문도 침묵하다 30일 이후부터 보도했다”며 “이번에는 자승과 청와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고 하니 민주적인 언론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설조스님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목숨 건 단식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의 개혁을 촉구하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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