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나경원 교섭단체 대표연설 논란
고성·몸싸움에 본회의장 난장판
與 “국가원수 모독” 강력 성토
윤리위 제소 방침에 진통 예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우여곡절 끝에 3월 임시국회 가동에 나선 국회가 12일 또 냉각 국면에 빠졌다. 이번엔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국가원수 모독’ 발언 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 어렵게 출발한 3월 국회가 또 파행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단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발언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문제로부터 시작해 대북정책, 미세먼지, 일자리 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문제는 대북현안 관련 발언에서 불거졌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면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 다음 발언이 문제였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만하라”는 소리와 야유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행동에 나섰다. 그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양측이 충돌하면서 본회의장은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덮였다. 소란한 와중에 나 원내대표의 연설도 중단되기를 반복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도 준비한 발언을 끝까지 이어갔다. 연설은 홍영표 원내대표의 43분보다 길어진 56분 만에 마무리됐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본회의가 끝난 뒤에도 파문은 이어졌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를 규탄하면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빗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당 차원에서 법률 검토를 거쳐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대해 저희가 명확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모욕 발언 금지를 규정한 국회법 제146조를 근거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도 가세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 부대변인은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일어서서 항의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일어서서 항의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한국당도 반격에 나섰다. 전희경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소란했던 상황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고함과 야유, 발언석까지 나와 이어진 연설방해는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문제 삼고 있는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서도 “외신의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며 “그런 소리를 듣지 않도록 대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연설의 담긴 뜻이자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공천 1년을 앞두고 청와대의 눈도장이 다급했던 것인지,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을 벌이느라고 자신들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목불인견으로 비치는지 그것조차 망각한 민주당”이라고 힐난했다.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3월 국회의 ‘가시밭길’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이 나 원내대표의 국회 윤리위 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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