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福)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에 있는 황금돼지의 모습. ⓒ천지일보 2019.3.8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복(福)을 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에 있는 황금돼지의 모습. ⓒ천지일보 2019.3.8

전국 시민들 몰려와, 취업·부자·가족건강 기원
돝섬여객선터미널서 유람선 타 10분지나 '착'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복(福)을 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이 있다. 전국에서 이 작은 섬으로 '복'을 받기위해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부산에서 온 중년 남자가 돼지코를 만지면서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돝섬은 돼지의 옛말이다.

배에서 내려 돝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복(福)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고 기록됐다. 커다란 돼지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은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바다를 보는 걸까. 돼지의 표정은 험상궂지만 관광객들은 돼지에 올라타며 사진을 찍는다. 울산에서 온 80대 어르신은 “소원을 비는 곳이 어딘가요”라고 물으며 ‘여기에 분명히 소원을 기록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다급한 표정을 짓는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던 관광객이 "섬 입구에 소원을 적는 곳이 있다"고 알려주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8일 이른 아침, 본지 기자는 돝섬여객선터미널에서 '황금돼지섬 돝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아침을 먹지 않은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쫓아온다. 먹이를 던지자 고맙다는 듯 또 다시 끼룩대며 받아먹는다. 이런 광경이 신비한 듯 계속해서 먹이를 던져주는 사람들. 갈매기는 겁 없이 관광객들의 눈앞으로 다가온다. 아빠 가슴에 안겨있던 어린아이도 갈매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침 인사를 한다. 돝섬여객선터미널에서 황금돼지 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복(福)주는 황금돼지섬, 돝섬가는 길에 만난 갈매기들. ⓒ천지일보 2019.3.8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복(福)을 주는 황금돼지섬, 돝섬가는 길에 만난 갈매기들. ⓒ천지일보 2019.3.8

◆ 올해 꼭 취업하고 싶어요.
섬 입구에는 소원을 기록하는 둥근 포스트잇이 매달렸다. 대부분 ‘복’ 받고 싶다는 내용이다. 특히 ‘꼭 취업하고 싶다’는 글들이 많이다.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 나는 글귀다. 올해 황금돼지해에 ‘부자 되게 해주세요,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해주세요’ 등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들로 빼곡하다. 황금돼지섬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새들의 울음소리와 닭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조류원이다. 두꺼운 비닐로 감싸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군데군데 작은 구멍을 뚫어 엿본 모양이다. 미세하게 보이는 내부를 살피자니 백공작이 날개를 펴고 기지개를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공작새의 몸짓이 위엄있고 정말 아름답다.

◆ 황금돼지섬, 돝섬의 설화
이곳에는 재밌는 설화가 전해진다. 김해 가락 왕 시대,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 미희가 있었다. 미희는 심성이 곱고 글과 그림 재주 또한 뛰어나 왕이 늘 아끼고 곁에 두어 궁을 함께 거닐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미희는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희가 홀연히 사라지자 낙담한 왕은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 미희를 찾아 나섰고, 고기잡이하던 어부가 골포(마산의 옛 이름) 앞바다의 조그만 섬에서 절세 미녀를 보았다고 왕에게 고했다. 왕이 급히 신하를 파견했더니 과연 미희가 그 섬에서 배회하기에 신하들이 환궁하기를 재촉하자 미희는 금빛의 도야지로 변해 두척산(무학산의 이름) 큰 바위틈으로 사라졌다. 이후 사람이 까닭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신하의 보고를 받은 왕은 인성을 잃은 금빛 도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고 군사를 동원해 활과 창을 비켜 들고 두척산을 포위했다. 금빛 도야지를 활과 창으로 내려치자 두척산 바위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한 줄기 요상한 기운이 미희가 배회하던 섬으로 뻗어 사라지고 섬은 돼지가 누운 형상으로 변해 돝섬(돼지의 옛말)으로 불리게 됐다.

복(福)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에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기록한 2019년 새해소원들. ⓒ천지일보 2019.3.8
복(福)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에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기록한 2019년 새해소원들. ⓒ천지일보 2019.3.8

◆ 월영대를 노래한 10인의 시비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파도 소리가 거칠다. 파도소리길에는 월영대를 노래한 10인의 시비를 나무에 새겨 왼쪽에 비치했다. 10인의 시비는 최치원 선생의 학문 세계를 흠모해 마산 월영대를 노래한 고려 조선시대 대학자 10인의 시(詩)를 선정해 새겼다. 고려시대는 정지상·김극기·안축 등 조선시대는 퇴계 이황을 비롯한 많은 대학자의 시(詩)들을 전시했다. 최치원 선생은 해인사에 들어가 죽기까지 마산합포와 월영대가 주무대였다고 전해진다. 고운 최치원은 신라하대의 뛰어난 학자이자 문장가다. 한국 학문학의 시조이며 사상적으로는 유불선을 통합했다. 월영대는 최치원 선생이 소요하던 곳으로 전해지는데 훗날 그의 학문을 흠모한 수많은 학자가 월영대를 찾아왔고 시를 지어 노래했다.

◆ 최치원의 화살 요괴의 빛을 쏘다
이렇게 황금돼지섬 한 바퀴를 다 둘러볼 때쯤 또 복을 비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돌비 안에는 사람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양쪽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조화가 있다. 비석 앞 돌받침 위에시주함과 명태가 놓였다. 일회용 접시에 올려진 딸기에 하루살이들이 달려들며 웅웅거린다. 비석을 올라가는 돌계단은 분홍색이다. 최치원이 제사를 지낸 장소의 신성에 기대어 마산합포주민들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는 1930년대까지. 1800~1982년 돝섬 해상공원이 개발될 때까지다. 기우제를 지낸 곳의 샘은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다. 샘 뒤편의 신신바위는 소원을 비는 곳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이 샘 위에 불상을 세운 뒤부터는 석불 앞에서 빌었다. 설화에는 최치원이 화살을 쏘아 요괴를 물리치고 제사를 지낸 곳이라고 전해진다. 최치원이 월영대에 향학을 설치하고 지내던 시절 도야지 울음소리를 내는 요괴가 나타나 마을 주민들을 괴롭혔다. 최치원이 화살로 요괴의 빛을 갈라놓자 그 빛이 돝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섬으로 건너가 화살이 꽂힌 곳에서 제를 지내니 마을이 평안을 되찾았다.

섬 한 바퀴를 돌고 매점 창가에 앉으니 눈앞에 마주한 황금돼지섬 돝섬의 풍경이 이국적이다.

복(福)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의 풍경. ⓒ천지일보 2019.3.8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복(福)을 주는 황금돼지섬, 돝섬의 풍경. ⓒ천지일보 2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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