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동 성균관대학교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도래할 정신문화 시대의 길 제시하는 유교의 ‘상생철학’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종교사회를 이루며 공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 조상들은 예부터 하늘을 섬기며 인(仁)과 예(禮)를 중요시 하다보니 종교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

유교, 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에 마음을 의지하고 기쁨과 즐거움, 영원한 생을 바라며 각 사람들이 신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주는 종교도 가끔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종교 안팎으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종교 간 갈등 및 분쟁을 극복하고 종교의 공존과 화해를 이루기 위한 답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 유교 안에 심오하게 자리하고 있는 상생철학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널리 전하며 유학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기동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 유학은 동이족의 마음을 정리한 것
이 교수는 “유학은 사람으로서 도리에 맞게 살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바람직한 삶의 길잡이를 담은 철학”이라고 한다.

그는 유학에 대해 “가르치는 스승과 배우는 제자에 있어 실천하는 각각의 입장에 따라 유학(儒學)과 유교(儒敎) 또는 유도(儒道)로 부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설명하며 한 뿌리에서 나온 유학, 유교, 유도 모두가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유교와 유교경전을 배우려는 사람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했다. “경쟁보다는 지혜를 찾는 사회적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마음을 회복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엔 유학만 한 가르침이 없다”는 그는 “경쟁 없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공자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생존한다면 다른 조언을 할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논어를 공부하면 소니나 노키아가 망해야 한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교에 담긴 상생의 의미를 설명했다.

▲ 이기동 교수가 강설한 사서삼경 강설 시리즈. (제공 :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85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유학은 우리 민족(동이·東夷)의 가슴을 공자의 손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해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이 교수는 “유학이라고 하면 공자가 가르친 인(仁)의 사상이나 중국 사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 민족의 마음을 공자가 정리한 게 유학이며 한국인의 가슴으로 들여다보면 그게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의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은 바로 한국인, 즉 동이족의 따뜻한 마음임을 알 수 있다”며 “사서삼경을 읽으면 한국인이 이해를 제일 잘하고 빠르게 흡수한다”고 말했다. 또 사서삼경의 어순이 우리말 어순과 같은 게 굉장히 많다고도 말한다.

그는 1990년대 초 ‘대학·중용강설’에서 시작해 ‘논어’ ‘맹자’ ‘시경’ ‘주역’으로 이어진 ‘사서삼경강설’ 시리즈를 완간했다. 한 사람이 ‘사서삼경’ 해설집 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한중일 동양 학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로 그의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논어강설’ ‘맹자강설’ ‘시경강설’ 등이 교수신문이 기획한 최고 번역본에 선정됐고, ‘시경강설’은 2006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인문학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 유학 ‘한마음’ 한민족 정서를 깨운다
“유학의 큰 가르침을 전한 맹자는 상생을 설명하기를 모든 사람이 다같이 가지고 있는 한마음, 곧 천심이고 민심이며 이 마음을 통해 온 인류가 하나가 되어 남을 자신처럼 알게 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 교수는 “근현대사의 역사만을 아는 이들 가운데 ‘나라 망친 학문’이라 치부하고 조소 섞인 말로 유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만 그것은 유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유학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마음을 살리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유교의 가르침은 공자, 맹자 등의 학자 이전부터 있었다. 그들의 가르침은 사실 우리 민족 고유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인’에 대해 그는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이는 곧 ‘한마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 불자·기독교 교수협의회에서 마련한 이웃종교 대화마당에서 ‘유학의 상생철학’을 주제로 발제하는 성균관대학교 이기동 교수(가운데).ⓒ천지일보(뉴스천지)

“서양은 경쟁하고 개인주의를 통해 살아가는 ‘몸(물질)의 문화’라 말할 수 있지만 우리민족은 예부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웃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어진 마음이 있어서 공자도 우리나라에 오기를 소망했다. 이는 우리 속에 ‘마음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물질주의가 강하다. ‘몸의 문화’ 시대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러다보니 우리가 불리하다. 우리는 자연이치 속에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며 “눈이 녹을 때가 되면 봄을 준비하는 사람이 생긴다. 누가 봄을 막을 수 있을까요? 역사가 지금껏 순환해 왔듯이 다시 ‘마음 문화’의 시대가 올 것이고, 우리민족은 그 중심에 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인류 역사를 추동하는 양축은 마음과 몸 즉 정신과 물질이라고 한 그는 “이제는 (물질만능의) 세계문명은 정신문화 중심으로 변화할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물질세계는 경쟁하는 삶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지만, 정신문화 시대는 마음을 바꾸어 너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인정함으로 경쟁이 사라지고 공존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민족은 도래할 정신문화시대에서 제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소통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21세기의 화두는 소통이다.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말”이라며 “소통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곳이 곧 종교세계이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상생의 마음에 소통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종교는 이 상생의 마음으로 종교세계를 변화시키고 사회의 상생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문화·다종교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 그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종교는 하늘의 뜻과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은 하늘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속에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면 하늘의 이치가 보인다. 종교계 일부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뜻을 깨닫고 정신이 열리고 소통하면 한 이치 안에서 한마음으로 평안과 기쁨이 충만한 날이 이를 것”이라면서 한국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 민족에겐 ‘한민족 정서’가 있다. 다시 말해서 한마음이 자리하고 있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있으면 너무나 즐겁고 기쁨이 충만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민족은 한 가족이요 한 나라이다. 형제나 부모가 남이 아니다. 조부모나 사촌도 하나다. 또 단군 밑에서는 모두가 가족이다. 한마음을 품은 우리민족이야말로 정신문화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주인공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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