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문화재 깃든 100년 전 그날’ 전시의 모습 ⓒ천지일보 2019.2.20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문화재 깃든 100년 전 그날’ 전시의 모습 ⓒ천지일보 2019.2.20

‘문화재 깃든 100년 전 그날’ 展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글을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秋鐙揜卷懷千古).’

조선시대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 죽음으로 경술국치에 항거한 황현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절명시 4수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절명시 제3수에서 그는 ‘글을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라고 했듯이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했다.

이와 관련, 조선시대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의 유물이 공개됐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문화재 깃든 100년 전 그날’전(展)에서 공개된 유물은 제 10,12옥사에서 공개됐으며 이 유물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경술국치의 혼란 속에서 치열했던 현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다.

황현 수택존언 표지, 안중근 공판 기사 스크랩 수록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19.2.20
황현 수택존언 표지, 안중근 공판 기사 스크랩 수록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19.2.20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

매천 황현은 조선말부터 대한제국기의 대표적 역사가이자 시인으로 2천여 수의 시를 짓고, 한국근대사 연구에 가장 중요한 저술로 평가받은 ‘매천야록’과 ‘오하기문’ 등을 저술한 우국지사다.

특히 경술국치 직후 순절하면서 남긴 ‘절명시’ 4수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절명시 제3수에서 그는 ‘글을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라고 했듯이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하며 자결했다.

또한 전시에서는 황현의 후손이 100여년 넘게 소장하고 있던 신문 자료를 모은 ‘수택존언(手澤存焉)’이 최초로 공개됐다. ‘손때가 묻은 옛 사람의 흔적’이라는 뜻의 이 자료는 매천이 스크랩한 대한매일신보 항일기사들이 들어 있다. 예컨대 1908년 3월 전명운 장인환 의사의 스티븐스 처단사건, 1909년 12월 이재명 의사의 이완용 처단사건에 관한 신문기사가 스크랩됐다.

특히 같은 해 10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사건과 안의사의 공판과정에 관한 신문기사를 거의 빠짐없이 스크랩한 점을 통해 매천의 항일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매천은 당시 신문의 항일기사를 읽고 정리한 후 스크랩해 그 기사를 토대로 ‘오하기문’과 ‘매천야록’에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했다.

또한 공개된 매천 유묵첩인 ‘사해형제(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형제와 같이 친밀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제목)’에는 만해의 친필 조시가 담겼다.

이 같은 매천의 절필첩과 유묵첩은 일제 침탈이 자행되던 19세기 말부터 경술국치, 이어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지식인의 처절한 참회록이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 2019.2.20

◆일제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도 공개

아울러 등록문화재 제730호인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수형기록카드)’ 등이 공개됐다.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김마리아 등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 4857명에 대한 신상카드는 물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와 여성 수감자의 활동 상황도 소개됐다.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이봉창(1900~1932) 의사의 선서문과 의거관련 유물,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 1887~1958)이 ‘삼균주의(三均主義)’에 입각해 독립운동과 건국의 방침 등을 정리한 국한문 혼용의 친필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등록문화재 제740호)’ 등이 소개됐다.

백범 김구(1876~1949)가 1949년 쓴 붓글씨인 백범 김구 유묵 신기독(愼其獨, 등록문화재 제442-2호)과 1945년 11월 초판 발행해 한국어‧중국어‧영어 순서로 가사를 배열한 ‘한중영문중국판 한국애국가 악보(등록문화재 제576호)’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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