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독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영토에 관해선 왜 그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을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세계사적으로 볼 때 그 의미가 너무 중하고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우리보다 어쩌면 빼앗아 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중심에 있는 한반도, 역사가 증명하듯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약탈과 소실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미련함과 무지로 말미암아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만리에서 숨도 못 쉬고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을 갇혀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 눈이 떠지고 귀가 열리기 시작해 국민들의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역사와 영토의 회복의 운동이 분연히 일어나고 있으니, 비로소 회복과 광복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토의 회복이 다가 아니다. 잃었던 역사와 문화의 회복으로만이 우리의 민족정신을 되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족정신의 회복운동은 결코 이기적 수구적 국수적 민족적 운동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통한 우리의 근본된 정신엔 우리만을 위한 사상이 아닌 인류 공동의 번영을 향한 깊은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일컬어 홍익사상(弘益思想)이라 명명되어 오고 있다.
이처럼 고귀한 역사와 문화 내지 문화재가 창시되고 창조된 제자리를 잃고 타국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꽃피울 수 있는 것은 문화를 일으킨 그 민족의 몫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소유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욕심으로 발전·승화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 것이 남의 나라에 가서도 그들이 잘 보존하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어설픈 생각을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조가 남긴 역사와 흔적들을 우리가 아닌 그 누가 이해하고 계승 발전시킬 수가 있겠는가.

이러한 때 아쉬운 부분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나마 일본이 약탈해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의 반환 절차가 진행되는 고무적인 일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병인양요(丙寅洋擾), 고종 즉위 3년 뒤인 1866년 일어난 프랑스군의 강화도 침략을 일컫는다. 서구 열강의 신식무기와 싸워 이긴 최초의 승전이기도 하다. 이에 조선은 서양세력의 일종의 소요사태로 평가 절하해 전쟁이라 칭하지 않고 병인양요라 부르는 것이다. 이때 퇴각하며 외규장각(왕실의 도서관)을 포함해 곳곳에 불을 지르며, 민가에 들어가 온갖 노략질을 다했다.

지난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간에 합의됐으며, 144년 만에 한국으로 환수되는 외규장각 도서 ‘조선왕실의궤’ 297권이 바로 이때 탈취당했던 우리의 문화재다. 민간의 노력 17년의 결과가 외규장각 도서를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그 어느 나라보다 중히 여긴다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또 그 중차대한 업무를 관장하는 파리 국립박물관(BNF) 실무진들이 양국의 수뇌가 합의하고 자국의 지식인들이 찬성으로 결정한 사안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며, 진정 프랑스가 문화강국이며 예술의 나라가 맞는지, 또 BNF라는 업무를 관장할 자격과 의식이 있는지를 세계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외규장각 도서는 그들이 약탈한 남의 나라의 도서다. 남의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화재를 그처럼 무시하는 인물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주관하고 있다면, 프랑스는 진정 미개한 나라, 글로벌화된 세계에 함께할 수 없는 무지의 나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이참에 경고하는 바이다.

역사와 문화(재)는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다.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해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