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기술유출 사건이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한 원자력부품 생산 업체의 제품 설계도를 중국에 넘긴 전직 이사가 구속됐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수십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 바이오 분야의 핵심 기술을 빼돌린 관계자가 기소되기도 했다. 국가 기술이 국부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오늘날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기술이 한 번 유출되면 그 피해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엄청나다. 지난 2008년 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는 설계도면 유출로 5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만약 새어나간 기술이 국가전략 차원의 높은 수준이라면 그 손실은 수조 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들어간 기술이 몇몇 사람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피해는 중소기업에서 갈수록 늘고 있어 심각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최근 3년간 기밀정보 유출 피해를 경험한 중소기업은 14.7%에 달했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유출은 대부분 퇴사한 직원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핵심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회사로부터 더 높은 임금과 지위를 약속받고 기술을 넘기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는 일부 대기업의 횡포도 문제다. 대기업과 납품 등의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이다 보니 기술을 빼앗겨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는 엄한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특히 보안 분야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지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중기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술임치제도도 중소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늘리고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기술유출을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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