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제프리 윈스롭 영(Geoffery Winthrop Young, 1897~1958). 그는 알프스의 영웅이었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그는 수많은 루트를 개척하며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밟아나갔다. 그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었으며 또한 알프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차 대전 중 그는 오른쪽 다리를 잃어버렸다. 현실은 가혹했으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꼬박 6년 동안이나 잘려나간 다리를 치료했다. 의족을 덧댄 다리는 그러나 한때 영웅이었던 사나이를 볼품없게 만들고 말았다. 몸은 뒤뚱거렸고 사람들은 예전의 찬사와 존경 대신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결코 무기력하거나 헛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신처럼 전쟁으로 불구가 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뒤뚱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워 걷는 연습을 했고 암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헛발질에 몸이 흔들릴 때마다 온몸으로 균형을 잡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알프스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불구자 주제에 등반이라니, 흥 제정신이 아니야!

의심에 찬 시선이 화살촉처럼 날아와 박혔다. 지독한 비난과 의구심은 그러나 그의 의지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경이롭고 숭고한 등반이 시작됐다. 온몸으로 알프스의 맨살과 부딪쳤다. 알프스의 빙벽은 모질었고 바람은 거칠었다.    

마침내 그는 몬테로사(4643m) 등정에 성공한 데 이어 바이스호른(4,505m) 정상에도 올랐다. 강철처럼 강한 의지를 가진 산 사나이가 소리 내 울었다. 마터호른(4477m)에 오른 다음에는 25년 전 이튼스쿨 교사 시절 함께 초등했던 제자와 함께 치날 로트호른(4223m)정상을 밟았다.

훗날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다리를 잃어버린 후 나는 깊이 절망했고 무기력했으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고 그것은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희랍어와 라틴어를 전공한 그는, 철학적 사유로 가득한 아름다운 산악 문학을 일궈낸 작가이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와 평생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 산악 영웅은 또 이런 말도 남겼다. “다리 하나를 잃는 것은 우연한 사고일 뿐이다. 하지만 꿈과 용기를 잃는다면 세상 전부를 잃는 것이다.”        

미국 프로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선수 시절 9000번 이상의 슛을 놓쳤다. 300번의 경기에서 졌다. 20여 번은 꼭 경기를 승리로 이끌라는 특별임무를 부여받고도 졌다. 나는 인생에서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것이 정확히 내가 성공한 이유다.”

우리가 찬탄하고 존경해마지 않는 많은 영웅들의 공통점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실패를 경험했으며 그것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패야말로 성공으로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징검다리였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목에 메달을 주렁주렁 걸고 환하게 웃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패배의 고통으로 눈물을 훔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 뒤 가슴 가득 만족감을 안고 행복해하는 학생들보다는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비록 오늘 실패했더라도 부디 꿈과 용기만은 잃지 마시기를…. 그것들을 놓아버리기에는, 그대들이 너무 젊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