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Thank you, Heroes!(영웅들이여, 감사합니다!)” 미국의 CBS 뉴스에 ‘Sheldon Adelson(쉘든 에델슨)’이라는 라스베이거스의 큰 사업가이자 미국에서 돈이 많기로 유명한 부호가가 선뜻 퇴역군인들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1밀리언 달러를 개인 호주머니에서 내어 놓으며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재향군인들은 잊힌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들의 노고를 잊어 버리는 것 같다. 우리는 그들에게 단순한 ‘감사합니다’란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재향군인들을 ‘Hero(영웅)’로 대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누구든 영웅으로 대접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향군인의 날’은 우두로우 윌슨 대통령이 1919년 11월 11일을 1·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휴전의 날’로 제정했고, 이후 1953년 아이젠 하워 대통령에 의해 그 이름이 ‘베테랑스 데이(재향군인의 날)’로 바뀌어 매년 지켜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재향군인의 날만큼은 그들이 누리는 자유가 어떠한 희생의 대가로부터 온 것인지를 배우고, 그들의 아픔과 공로를 함께 나누고 감사하려 한다.

미국인들이 이날을 중요하게 여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희생한 영웅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을 길러주며, 국가관을 고취시키는 교육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이날에는 미국 각지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알링턴의 무명용사의 묘지에서 의식이 거행되며, 재향군인들의 퍼레이드와 각종 축하공연이 함께 이루어진다. 남이 나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는 자라면서 한 번쯤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혹은 집안에 전쟁에 직접 참전하셨거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현역 복무를 마치고 일반사회로 복귀하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가 공휴일의 하나인 ‘재향군인의 날’이 있는데, 이날만큼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가 절대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그분들께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위험과 희생을 감수한 그분들의 노고를 곧잘 잊어버리고 감사의 표현을 하는 데 있어 인색하며, 자신이 직접 당한 고통은 절대 잊으려 하지 않지만, 남이 당한 고통에 대해선 너무나도 관대하게 대하며 바로 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어지는 자유란 이 세상에 없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신이며, 반드시 존경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고통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 죽은 이들에 대해 죄송스러워하는 마음,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 대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희생양으로 잔혹하게 고통을 당한 유태인들도 공통적으로 가지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전쟁 후에 독일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받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당한 고통을 절대 잊지 않고 그것을 기념하며 자손들에게 대대로 그들이 당한 선조들의 고통을 잊지 않는 삶을 살도록 교육한다. 용서하는 것과 잊지 않는 것은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하버드의 한 사무실에 ‘그날의 억울하게 죽어간 내 형제와 자매의 영혼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의 후원서와 히브리어로 쓰여진 판매용 브로치를 보았다. 내가 겪을 수도 있었던 일을 당한 형제의 고통을 잊지 않고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가지려 하는 이러한 노력은, 다시는 나와 내 자손들에게는 그런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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