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북극 얼음이 녹자, 유럽에서 아시아까지의 최단 바닷길 생기다’라는 기사가 온난화의 역설이라는 제하(題下)에 눈길을 끌었다. 북극항로를 뚫기 위하여 그동안 쇄빙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여 왔는데 지구의 온난화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 것이다. 알트슐러가 얘기하는 자연의 법칙에서 이상적 해결책을 찾은 경우다.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거나 문제 자체가 사라진다. 달에선 필기구로는 볼펜 대신에 연필이 최고라는 것처럼 말이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창조적 사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창조적인 사람들의 행로를 따라가면 “좀 더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이는 알트슐러가 트리즈를 연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위 인위적으로 패턴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그들의 저서 <Spark of genius>에서 상상력을 이끄는 느낌, 감정, 직관과 이를 위한 13가지 도구를 제시하였다.

1)관찰–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고 하였다. 또한, 토머스 고든은 LET(리더 역할 훈련)에서 ‘나는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듣는 것’을 적극적 듣기로 정의하고 이러한 듣는 방법을 강력하게 추천하였다.

2)형상화–시인 존 드라이든은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의 생명이자 정점이다”라고 하였다.

3)추상화–소설가 윌라 케이터는 “추상이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만을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트리즈에서 추상화를 통하여 특정 문제를 푸는 방식과 같다.

4)패턴 인식–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들을 발견하는 것은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아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고 하였는데 이는 기업체에서 활용하는 6시그마가 결국 일에서 패턴, 즉 y=f(x)를 구하는 작업이라는 점과 일치한다.

5)패턴 형성-머스 커잉햄이 “나는 관습적인 춤의 패턴을 깨부수어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춤 패턴을 보고 느끼도록 하였다”고 하였는데 이는 블루오션에서 서커스단의 예를 든 것과 같다. 과거의 패턴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예다.

6)유추–아이작 뉴턴이 말한 것처럼 “사과를 땅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면 이는 하늘 위로 계속 뻗쳐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까지도 끌어당길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주지하다시피 발명은 자유로운 유추에서 나온다.

7)몸으로 생각하기–헬렌 켈러는 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진동을 느끼면서 음악을 ‘듣곤’ 하였다. 또한 발로는 마루판의 진동을, 얼굴과 손으로는 공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무용수들의 춤을 ‘보곤’ 하였다. 오감을 활용하여 경험하면 한 가지 감각으로 경험한 것보다 훨씬 교육적 효과가 크다.

8)감정이입–연극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는 스스로 극중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인물이 행동하는 것처럼 연기하게 된다”고 하였다.

9)차원적 사고–화가 브리짓 라일리는 “무게와 공간을 한 곳에 수렴시킬 방법을 찾아라. 모델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하였다. 즉, 차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천재 화가 에셔처럼 말이다.

10)모형 만들기-생화학자 리누스 파울링은 “모형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새로운 생각의 탄생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11)놀이–화가 모리츠 에셔는 “나의 작업은 예술이 아니라 놀이에 가깝다”라고 하였다.

12)변형–변형적 사고는 음악 유전자 전신 시 수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메타패턴을 드러낸다. 조각가 클레스 올덴버그는 “드로잉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나는 엔지니어, 토양전문가, 조경설계사, 조명전문가에 이르는 모든 국면의 영역을 변형시켰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피카소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재해석하여 수백 개의 드로잉과 유화 작품을 만든 것과 같다. 창조는 변형(transformation)에서 온다.

13)통합–소설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 통합적 이해는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이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아놀드 하우저는 “신은 모든 것을 반긴다. 모든 것은 신의 본질과 일치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자신들의 연구가 교육시스템에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결국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갖고 있는 모든 끼를 발휘하며 수업을 하는 나의 ‘행복한 수업’에서 이 가을날에 ‘학예회’를 하는 것도 13가지를 실천하는 통합교육의 일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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