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농업.의약품.개성공단..美-노동.투자.금융 등 주장
`이익의 균형' 맞추기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지난 11일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한 뒤 양국 내부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미간 FTA 추가협상이 양측 내부에서 각각 불만을 갖고 있는 다른 분야로까지 논의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러다가 결국 본격적인 재협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제한적 재협상을 시인한 뒤 한미 FTA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분야도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작부터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던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였고, 자유선진당도 자동차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상당수 수용할 경우 농업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 `이익의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FTA 협정문에 불가피하게 손을 대게 된 만큼 한국이 기존 협정문에서 실현하지 못한 이익을 확보하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재협상이라고 하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면서 "이제 한미 FTA를 깰 수도 있다는 각오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취약분야가 자동차라면 우리의 취약분야인 농산물과 섬유, 의약품 등 반대급부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한미 FTA에 불만을 나타냈던 업계 및 이익단체들 및 정치인들은 한미 FTA 합의 실패를 환영하면서 "제대로된 FTA를 해야 한다"고 앞다퉈 주장하며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 하원의 마이크 미쇼드 의원 등 기존 한미 FTA를 비판해온 민주당 소속 의원 9명은 1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자와 쇠고기 외에도 심각한 우려 사항들이 있다"며 노동과 투자, 금융 조항을 예로 들며 재협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도 의원들에게 무엇이 우려사항인지 목록을 제출해 달라며 동의하는 부분에 대해선 한국 측에 요청해 의회 비준을 성사시킬 뜻을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양국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자 당장 협상에 나서야 하는 양국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해 전면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한미 FTA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양국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조속한 발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논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추가협상이 전면적인 재협상은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으며 이익의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극히 제한된 분야에서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쇠고기 논의 절대 불가' 입장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전면적인 재협상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쇼드 의원 등과의 만남에서 "결코 (협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 1차 합의 실패 이후 양측 모두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분야가 많아지면서 차후에 열린 FTA 협상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현재 한미 FTA 협상은 제로섬 게임 양상이어서 `이익의 균형'이라는 절묘한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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