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한교연 사무실을 방문해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와 통합 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교연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2.8
지난달 31일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한교연 사무실을 방문해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와 통합 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교연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2.8

한기총-한교연 연합기구 통합 ‘독단적’ 추진 논란 확산

“대신총회선 백지 들고 위임증서라며 총대 속이더니…”

양측 내부 합의 안 된 ‘통합 합의 선언’ 도마 위에 올라

“통합추진위 통해 6월까지 통합하겠다” 선언… 불투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지 이틀 만에 전광훈 목사가 한국교회 보수진영 교단연합기구 분열의 단초가 된 한기총-한교연(한국교회연합) 간 통합을 추진해 도마에 올랐다. 전 목사는 2012년 분열 이후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갈라놓은 두 연합기구의 통합이라는 대의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내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통합 선언으로 도리어 내부 분란만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지 이틀만에 한교연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는 한교연 대표회장인 권태진 목사에게 일방적으로 합의선언문에 사인을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목사는 선언적 의미로 서명을 했다고 했지만 즉각 통합 선언은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그간 주요 교단장 등 교계 목회자들의 골칫거리였다. 수년간 통합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시도했지만, 번번이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바람에 결렬됐다.

전 목사가 이번에 통합을 이뤄낸다면 한국교회 내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보수교단연합기구를 통합시켰다는 치적을 쌓게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시기상조였다. 전 목사는 한기총 내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통합 선언을 추진했고,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있다.

과거 전 목사가 주도해 진행했던 대신-백석총회 통합 당시 의혹이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뉴스에이 보도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대신총회 총회장에 취임한 지 하루만에 백지를 들고 나와 대신과 백석 측의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전 목사는 백석총회 장종훈 목사에게 모든 것을 위임받은 증서라고 설명하며 백지를 들어 보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속 교단 출신 한 목회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신총회 장소에서 백석의 장종훈 목사에게서 모든 것을 위임받은 증서라고 백지를 들고 흔들어 속아 넘겨 교단을 분열시키더니 이번엔 연합기관들을 상대로 똑같은 행위로 한기총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전 목사가 주도해 진행한 대신총회와 백석총회의 통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전 목사의 발언도 논란을 사고 있다. 한교연과의 통합 합의서를 쓰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전 목사는 한기총 공청회를 갖고 “연합기관들의 통합은 회원교단들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단 하루 만에 언행불일치 행보를 보이며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한 무게도 가벼워지고 있다.

대표회장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으로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기총 한 관계자는 교계 모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회장이 회원들의 뜻과 상관없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단도 아닌 연합기관에서 과거 대신총회에서 했던 행위를 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통합합의서에서는 “한국교회가 나라와 민족의 희망이요 사회의 등불이었던 본연의 사명을 잊어버리고 근래에 와서 몇몇 지도자들의 이기심으로 분열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심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분열된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2월 말까지 두 기관이 통합하기로 합의 서명하며, 각기 통합추진위원회를 통하여 6월 말까지 하나로 통합할 것을 한국교회 앞에 엄숙히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선언대로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월에도 한기총은 주요 교단장들로 구성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합의키로 서명했지만 결렬됐다. 일부 임원들이 대표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를 지적했다. 결국 통합합의서는 폐기됐다.

한편 한국교회 보수진영은 한기총, 한교연(전 한기연), 한교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 연합기구가 난립해 있다.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기구가 없고, 보수진영의 목소리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감을 감지한 한국교회가 수년전부터 갖은 방법을 동원해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합은커녕 도리어 분열만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한교연과 한교총은 통합하겠다는 선언만 세 번 했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하고 ‘양치기 소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만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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