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밤 요코하마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문화행사에서 간 나오토 일본총리의 영접을 받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 외신 반응 “뜨거운 G20, 썰렁한 APEC”
APEC 핵심 의제, 주목할 만한 성과 거두지 못해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아태 지역의 경제통합과 역내 성장전략, 무역자유화 촉진 방안을 담은 정상 선언문(요코하마 비전)을 채택하고 지난 14일 오후 폐막했다.

이와 함께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 인접국에서 잇따라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11~12일)와 요코하마 APEC 정상회담(13~14일) 결과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APEC, 2015년까지 신성장전략 마련

APEC 회원국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지금까지 APEC 회원 13개국이 상당한 수준으로 보고르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보고르 목표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를 자유화하고 이행 현황을 평가키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 13개국이 이행 현황에 대해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상품교역은 연평균 7.1%, 역내 외 연평균 직접투자는 13% 성장했다. 이에 따라 정상들은 아태지역의 무역투자 자유화 달성을 위한 강력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APEC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역내 경제통합구상인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역(FTAAP)'을 실현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여기에 인도·호주·뉴질랜드를 합한 아세안+6 등을 모두 활용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또 보호무역주의 억제책으로 ‘수출제한이나 자국 산업을 배려하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쓰지 않는다’는 리마선언을 향후 3년간 연장하는 한편,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핵심 의제였던 역내 성장전략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이해 불일치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참가국 정상들은 13일 협의에서 2015년까지 신성장전략의 추진방향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G20, 日 APEC 압도

“한국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반면 일본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썰렁했다.”

중국의 국제문제전문지인 세계신문보는 지난 15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두 도시 이야기: 한국, 日 압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 외교력 부재로 정상회의 분위기가 썰렁했고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 같은 대조적인 결과의 이유로 한국이 시기적으로 G20 정상회의를 앞서 개최했다는 점을 들었다. 참가 회원국의 절반이 같은 한-일 양국이 두 정상회의 개최시기를 먼저 잡기 위해 치열한 막후 경쟁을 벌였고 이 게임에서 한국이 행동이 빨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문은 결론적으로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와 일본의 APEC 정상회담 개최 결과는 양국이 국제 정치·외교무대에서 드러낸 명암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35년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점 지위가 상승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강렬한 李 대통령 VS 무난한 간 총리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인터넷판은 15일 G20 정상회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APEC 정상회의 의장인 간 나오토 총리를 두고 “이 대통령은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간 총리는 그렇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우선 한국이 주요 7개국(G7)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환율 경쟁 해결이라는 부담스러운 주제와 맞닥뜨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민감한 주제를 피해 무난한 결론을 유도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더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고 움직이는 쪽을 택했고, 이 대통령이 그 선두에 서 있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반면 간 총리는 APEC 회의를 그런대로 무난하게 이끌었지만, 이 대통령처럼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간 총리가 회의 자체보다는 중국·러시아와 영토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문제에 집중해야 했다는 사정이 있었고, 이 대통령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끝내지 못하는 등 모두 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며 “외교는 승자와 패자가 완전히 결판나는 일이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터다. G20과 APEC가 끝난 만큼 한일 정상은 각각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매듭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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