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란 두 가지 이념을 기초로 하는 시민의 자기지배적 정치원리이다. 여기서 시민은 자유인을 말하는 것이고, 현대 민주주권국가에서는 국민을 말한다. 민주주의는 자기지배를 기초로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개개인이 직접 정치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국민이 대표를 선출해 간접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하는 간접민주주의인 대의제민주주의이다.

대의제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표에 권한을 위임해 국정을 운영하도록 한다. 그래서 대의제민주주의를 대표제민주주의라고도 한다. 국민의 대표는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선출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선거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조 제2항에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밝히면서, 제24조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들과 함께 헌법은 제41조 제1항에서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해 선거원칙에 대해 밝히고 있다. 또한, 헌법 제67조 제1항도 국가의 원수이며 대표이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을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고 하여, 선거원칙을 밝히면서 대통령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했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은 제41조 제3항에서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면서, 제67조 제5항에서도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선거제도에 관해서는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헌법에 근거해 제정된 선거에 관한 법률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과거에 개별화돼 있던 대통령선거법과 국회의원선거법 등을 통합한 1994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 2005년 개정·개명된 법률이다.

헌법은 선거원칙으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선거원칙들에는 자유선거원칙이 전제돼 있다. 선거의 자유가 없으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유선거는 기본적인 선거원칙이다. 국민이 헌법규정에 근거해 법률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선거권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도 자유가 없다면 선거제도는 정당하게 운영될 수 없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고, 그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라고도 한다. 그래서 선거권뿐만 아니라 선거제도도 국가의 기본제도로서 헌법에 의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선거권이 법률에 따라 행사되기 때문에 선거권행사의 대상에 따라 헌법적 권리인지 법률상 권리인지 논란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등에 대해서는 헌법에 선거원칙에 명시된 헌법상의 선거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선거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선거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선거로, 이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에 따른 법률상의 권리라고 보고 있다. 민주주의의 실현에 선거제도는 필수적이고 선거의 자유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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