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두 개의 섬인 맴섬 사이로 장엄하게 해가 뜨고 있다. (제공:해남군) ⓒ천지일보 2019.1.15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두 개의 섬인 맴섬 사이로 장엄하게 해가 뜨고 있다. (제공:해남군) ⓒ천지일보 2019.1.15

선인·예술인 氣 받아가는 곳

소원·희망 이뤄진다는 설화

땅끝 해남, 국토순례 시발지

전망대, 통일 염원·소망 표현

[천지일보 해남=전대웅 기자] 바다와 하늘이 만나 시작되는 곳. 한반도의 기(氣)가 가장 많이 뭉친 곳이자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인 해남 땅끝은 예부터 많은 선인과 예술인들이 신성한 제를 올리며 기를 받아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땅끝마을에서 하늘과 바다를 향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져 희망이 싹튼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천여년전 인도의 불상이 땅끝마을 사자포로 들어와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일화도 마을 사람들은 ‘땅끝의 신성함’ 때문이라 믿는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인지 해남 땅끝은 한 해를 시작할 때 또는 마무리 지을 때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희망의 시작이자 국토순례의 시발지이기도 하다.

◆해남 땅끝, 지명 유래

한반도의 최남단인 땅끝은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갈두산 사자봉(해발 156m)에 있다. 해남이라는 지명이 사용된 것은 천여년전으로 올라간다. 고려태조 23년 침명현을 해남현으로 개칭하면서 불리게 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만국경위도에는 우리나라 전도 남쪽 기점을 땅끝 해남현으로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했다.

조선상식문답에 따르면 해남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극북의 온성까지 이천리를 헤아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했다. 땅끝의 한자어는 ‘토말(土末)’이지만 예부터 전해오는 지명은 ‘지말(地末)’이다. 일제강점기에는 현재 토말비가 서 있는 곳에 ‘지말’이라고 음각된 자연석이 있었다. ‘地’자의 오른쪽 획인 ‘也’가 새겨진 부분이 떨어져 ‘토말’로 잘못 읽혔다고 한다. 향토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일본이 일부러 ‘也’를 지워 ‘땅끝’이 아니라 ‘흙끝’으로 변조했다고도 한다.

◆다도해를 한눈에 담는 ‘땅끝 전망대’

해남에서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으로 땅끝 전망대를 추천한다. 땅끝 전망대에서는 다도해 남해의 푸름을 만끽하며 한눈에 볼 수 있다. 걸어서 전망대에 갈 수도 있지만, 모노레일을 타면 땅끝마을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타오르는 횃불 모양의 땅끝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조국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소망을 횃불의 역동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절경은 일품이다. 시원하게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흑일도, 백일도, 보길도, 노화도 등 다도해의 섬들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또 일출과 일몰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어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에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다짐하고자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안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돛을 펼쳐놓은 듯한 땅끝 탑이 있다. 탑은 ‘남해에서 서해까지 한눈에 보기’ ‘희망을 찾아 땅끝으로’ ‘숲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찾아라’라는 세가지 테마로 이뤄졌다. 탑을 보고 있으니 “이곳이 진정한 한반도의 땅끝이자 백두대간의 시작점”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탑을 돌아 나와 해안 길을 걷다 보니 길 중간마다 쉼터가 마련돼 있다. 쉼터마다 소원이 이뤄지는 댈기미, 학도래지, 당할머니 등 땅끝과 인근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향진(28, 여, 목포)씨는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가팔라서 힘들었지만, 다도해의 풍경과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니 일상의 스트레스가 다 풀리고 힐링이 됐다”며 이곳을 찾은 소감을 전했다.

해남 땅끝마을의 맴섬 사이로 떠오르는 아름답고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의 사진동호인과 관광객이 모여있다. (제공:해남군) ⓒ천지일보 2019.1.15
해남 땅끝마을의 맴섬 사이로 떠오르는 아름답고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의 사진동호인과 관광객이 모여있다. (제공:해남군) ⓒ천지일보 2019.1.15

◆또 다른 일출 명소 ‘맴섬’

땅끝마을에서 일출 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맴섬’이다. 맴섬은 한 쌍의 매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땅끝 선착장 앞에 있는 두 개의 섬인 맴섬은 그 사이로 해 뜨는 풍경을 1년에 두 번만(2월 중순, 10월 중순 3일) 볼 수 있다. 맴섬 한가운데 바위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엄한 모습을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은 이곳을 꼭 찾는다.

땅끝 인근 해안도로에서 보는 다도해의 일몰도 볼만하다.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사라지는 해 주변은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황홀한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자연의 풍경을 만끽했다면 희귀한 수집품이 전시된 땅끝 해양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박물관은 세계각지에서 평생 모은 약 5만점의 해양 관련 희귀 수집품이 전시돼 있다. 각양각색의 조개부터 물고기까지 신비한 해양생물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땅끝 전망대 주변에는 봉수대도 있다. 조선 시대 중요한 군사요충지로써 왜구의 변란을 가장 먼저 알리는 역할을 한 갈두산 봉수대는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동국여지지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동쪽으로 강진현 좌곡산, 서쪽으로 해진군 화산에 준해 설치됐으며 조선 초에 설치돼 고종 때 폐지된 것으로 본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돼간다. 엊그제 새해 각오를 다진 것 같은데 자칫 작심삼일이 돼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 해남 땅끝을 찾아 3일마다 작심하며 올해는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꼭 이루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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