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해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문일답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해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문일답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출처: 연합뉴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로 문화교류 가능한 근거 있어

북핵문제로 한때 무용지물… 확고한 조약·비준 필요

남북화해무드에 민간문화교류 신청…“통일부 시큰둥”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올해 들어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의 마지막 말로 김구 선생의 1947년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했다며 인용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100년은 새로운 마음과 문화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 이날 발표문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말도 강조했다.

무기와 힘을 강조한 경성권력(Hard Power)보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연성권력(Soft Power)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이끄는 데 유리하다는 측면도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적어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방탄소년단은 한국을 넘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공연을 다니며 각 나라의 팬을 형성하며 문화의 힘을 보여줬다. 문화는 국경과 사상을 초월해 하나가 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도 문화·체육 교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특히 정부를 넘어 남북한 민간차원 교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통일부 등 정부에 의해 남북 민간 교류가 꽉 막혀있다는 얘기가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남북교류협력 관련 합의와 효력

먼저 남북한 간 교류 가능성과 근거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남북한은 지난 1990년대에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이후 1992년에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무용지물로 됐던 이 합의가 최근 들어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군사·경제 분야 위주로 회복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0년 9월 제1차고위급회담을 시작한 이후 15개월 만에 채택된 합의서다. 1992년 2월 평양에서 열린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합의서 문건을 정식으로 교환하고, 그해 9월 8차 고위급회담에서 최종적으로 3개 부속합의서를 채택하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서문과 4장 25조로 이뤄져 있으며 서문에서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통일 3대원칙의 재확인, 민족 화해 이룩함, 무력 침략과 충돌 방지,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 교류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의 번영 도모,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등을 규정한다. 1장에는 남북화해, 2장에는 남북불가침, 3장 남북교류협력, 4장 수정·발효로 구성됐다.

이 기본합의서를 채택하면서 남북한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군사적 침략이나 파괴·전복 행위를 하지 않으며, 상호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 공동 발전과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합의서 내용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러다가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후 이산가족 상호방문 성사와 함께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6.15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 합의사항의 복원이 다시 거론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0년 3월 26일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 24일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조치(5.24조치)를 내놓으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제외한 방북이 불허됐고 남북 교역이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중단됐던 교류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남북 민간 교류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남북한 간의 합의는 ‘동서독 기본 조약’처럼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은 자주 중단돼 왔다. 이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이상숙 연구교수는 “남북한 간 교류·협력 관련 합의에 대한 이행을 준수하기 위한 포괄적 사항을 담은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국회 비준을 받아 효력 발생을 명확히 해둬야 한다”고 세미나 연구보고서(주요국제문제분석 2018-52)에서 지적하고 있다.

◆“민간인 문화교류 정부에 막혀”

지난해 4.27판문점선언을 했던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민간 주도의 문화교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문화계에서 나왔다.

같은 해 5월 30일 ‘통일문화정책포럼’에서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 사회문화교류 방향’에 대한 발제에서 “남북 연합 단계에 맞는 남북 교류를 고민해야 하고 이에 맞는 조직 개편과 교류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민간 주도의 남북 문화 교류를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정부가 주도해 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지만 민간 교류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단체의 협의와 협력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현재 민간단체에서 통일부, 정부·지방기관 등에 남북 문화 교류 활동에 대한 신청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안을 받은 부처들은 시큰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먼저 남북 사회문화협력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때 사회문화교류분야 담당에 민간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민간이 반도 안 들어간다면 정부가 다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민간의 제안이 북측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의 상황과 동독과 서독의 통일 상황이 다르지만 동독과 서독이 통일이 될 수 있는 과정에는 민간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동·서독 통일 당시 정부의 지원 아래 서독의 주와 동독의 주가 예술단 교류를 체결했다”며 “도시 주체가 돼 문화 교류를 진행했다. 사회문화교류는 행사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로 가는 굉장히 중요한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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