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DB)
지난달 20일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DB)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분만취약지와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큰 건강 격차가 발생하고 있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서울의대 이진용(의료관리학교실,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팀이 임신 관련 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분만취약지(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의 유산율이 다른 지역의 평균치보다 최대 3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팀은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출산(유산 포함) 여성 37만 1341명을 분만취약지(4239명)와 그렇지 않은 지역(36만 7102명)으로 나눠 17개 임신 관련 지표를 비교 분석했으며, 해당 내용은 대한의학회가 발생하는 국제학술지(JKMS) 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2011년 기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의원이나 병원이 없는 지역은 우리나라 시·군·구 250곳 가운데 54곳이나 됐다. 이에 정부는 2011년부터 다른 지역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원정 출산’해야 하는 총 38개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이 같은 정부의 관리에도 임신과 출산에 따른 지역별 건강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특히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신부의 유산율이 높아 문제다. 조사 당시 분만취약지의 유산율은 4.55%로, 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3.56%)보다 높았다. 산골 오지에 거주할수록 유산율이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 정선군이 10.3%로 분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에 견줘 2.9배나 높게 조사됐다. 분만취약지 중 유산율이 가장 낮은 전남 함평군(1.2%)보다 8.6배나 높은 수치다. 이어 인제군·평창군 각 8.1%, 보은군 7.9%, 영월군 7.7%, 청송군·무주군 각 7.5%, 울릉군·군위군 각 7.4%, 하동군 7.0% 등의 순으로 나왔다.

또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산모의 ‘급성 신우신염’ 발병률이 비분만취약지역(4.81%)에 비해 높은 5.87%로 집계됐다. 출산 시 출혈로 인한 수혈률도 3.21%로, 비분만취약지(2.28%)보다 높았다.

이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에 취약한 사람들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종류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체 예산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라며 “이를 기초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