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봉황 정문 본관. (출처: 연합뉴스)
청와대 봉황 정문 본관. (출처: 연합뉴스)

야권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군(軍) 인사 자료를 분실한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외부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야당은 “코미디”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7일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 정모 행정관이 지난 2017년 9월 군 인사 관련 자료를 분실한 당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 행정관은 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김 참모총장을 만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군 인사를 앞두고 인사 담당 행정관이 참모총장에게 군 인사의 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만남도 카페에서 20분가량 짧게 이뤄졌다. (분실한) 개별 인사자료에 대해선 본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군 인사 시스템과 절차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면, 육군참모총장이 아닌 육군인사사령부나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실무자를 만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인사수석이나 인사비서관이 만나는 것이 예의에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다 똑같이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수행하는 비서이기 때문에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대해 급이 맞지 않는다고 하더니,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 행정관은 급이 맞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 비서실이 부처 책임자들을 직접 지휘하는 건 명백한 위헌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참모총장 위에 행정관이다. 청와대 정부가 얼마나 권위적이며 기강이 해이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군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자리에는 군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심모 행정관(대령)도 동행했는데, 심 행정관은 그해 12월 진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실무자급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사선발 절차를 듣고자 청와대 행정관이 굳이 육군의 책임자를 불러냈다”며 “당시 장성급 인사절차가 한창이던 예민한 시기에 장성 진급 추천권을 가진 참모총장과 인사수석실 행정관의 비공식 만남은 청와대 군 인사개입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 행정관은 이날 육군참모총장과의 면담 후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분실했다. 이 가방에 든 서류는 군 장성의 개인 인적사항과 세밀한 평가가 담겨 있어 군사 2급 기밀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정관은 청와대 안보실 및 군 고위 관계자들과 외부에서 회의하기 위해 자료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7년 중장 이하 장성 진급 발표가 두 달 정도 늦춰진 이유가 이 자료를 분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해당 자료는 국방부나 청와대의 공식문서가 아니다”라며 즉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2급 군사기밀에 준하는 문서를 담배를 피우다 분실했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궤변”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국방위원회를 소집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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