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애플사는 그나마 안정적인 아이폰 4G에 이어 애플TV까지 ‘탈옥(jailbreaking)’ 당했다는 소식에 어느 때보다 긴장해 있었을 것 같다. 정식으로 출시되었지만 아이폰과는 달리 외부 애플리케이션(줄여서 ‘앱’으로 부름)을 설치할 수 없게 된 애플TV는 지난 20일 ‘아이폰데브팀(iPhone Dev Team)’의 ‘풔니지 툴(Pwnage Tool)’이란 해킹 소프트웨어에 의해 탈옥당하고 만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애플사의 모든 정보 단말기에서 앱의 설치와 사용이 한결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반문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단말기에서의 ‘탈옥’이란 의미를 알고 나면 참 재미있는 사회적인 현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탈옥은 주로 iOS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채택하는 애플사의 모바일 단말기(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사용자가 운영체제에 접근 권한을 가짐으로써 애플사가 자체적으로 묶어놓았던 제한을 풀어버리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일단 탈옥되면 이전의 ‘아이튠즈’라는 애플사 고유의 앱스토어에서는 물론 ‘시디아(Cydia)’ 같은 곳에서 더 다양한 앱들을 얻어 설치할 수 있고, 심지어는 유료 앱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기혼자 중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 이야기가 있다. 아이폰에서는 최신 통화목록 중에서 지우고 싶은 이름을 하나씩 지우는 기능이 없어 애인과의 통화 기록이 남는다고 해서 그렇단다.

탈옥을 하고 나면 ‘recentcall’이란 앱을 통해서 지우고 싶은 이름을 선별하여 지울 수 있다고 한다. 탈옥 아이폰에서 또 다른 인기 앱은 ‘biteSMS’로 기존 아이폰의 단문메시지 운영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무료사용량 보기나 예약문자 전송은 물론 게임 중에도 메시지 교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일전에 딸아이가 자신의 아이팟을 탈옥시켰다고 하며 화면을 보여 주는데, 배경화면과 아이콘은 물론 글자꼴까지 다 달라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팟을 보는 듯했고, 딸아이도 자신만의 아이팟을 가진 듯 매우 기뻐하였다.

이렇듯, 아이폰 탈옥은 개인을 옭아매는 규제를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픈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사의 경우 단말기의 운영체제를 독자적으로 개발·채택하고 앱을 작성하는 인터페이스를 일률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아이폰의 앱 사용자들은 통제된 앱의 사용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다양한 앱을 위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도록 운영체제를 바꾸는 탈옥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플사에서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탈옥한 제품은 AS를 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 의회 도서관 저작권청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제작자가 막아놓은 부분을 변형시키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탈옥을 통해 유료 앱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지만 자신의 용도에 맞도록 휴대전화 내부를 바꾸는 것은 합법이란 이야기이다.

아이폰 사용자의 10% 이상이 탈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개성을 표출하며 자유로움을 맛보는 것은 좋지만 잘못 조작하여 기계를 망가뜨리고 AS도 받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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