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천지일보에 소개된 베트남 참전 용사 윤창호(69) 씨 사연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다 대장암과 방광암 수술까지 받아 몸이 성치 않은 그가 군장 무게와 같은 20kg의 배낭을 메고 길거리를 나선 사연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섰던 수많은 참전 군인들이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참전 후유증과 생활고 등으로 크게 고생하고 있으니, 국가가 이들의 명예를 높여주고 정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며 길을 나선 것이라고 했다.

국가 유공자에 대한 예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싸우고서도 그 공을 인정받기는커녕 온 가족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예산 부족 등을 운운하지만 솔직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공을 인정하고 제대로 예우해 주려는 국가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여야가 한통속이 돼, 금배지 한 번만 달면 아무리 몹쓸 짓을 하더라도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쥐도 새도 모르게 통과시키면서도, 정작 윤 씨처럼 꼭 국가가 나서 보살펴야 할 국민들의 딱한 사정에는 나 몰라라 눈을 감아버린다.

얼마 전 국정 감사한답시고 요란을 떨었지만 절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게 하는 꼴불견들도 있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거의 약속이나 한 듯 눈부시도록 번쩍이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데, 주차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장애인용이든 경차용이든 염치불구하고 일단 들이대고 본다.

물론 의원님들이야 본인들이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라 그런 줄 몰랐다고 하시겠지만, 겨 묻은 입으로 남의 구린내를 질책하는 그 꼴이란….

돌연 찾아온 때 이른 추위도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스키 시즌이 멀지 않았다며 좋아라 하는 청춘들도 있겠지만 당장 올겨울 날 연탄과 보일러 기름 걱정에 한숨부터 터져 나오는 이들도 많다.

평생 내 집 한 칸 없이 셋방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요즘 집값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니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던데 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집값 하락을 용납지 않겠다며 갖은 부양책을 다 내놓고 있는 것도 참으로 한심한 풍경이다.

거품이 잔뜩 끼었으니 걷어내는 게 옳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득이 된다는 입바른 소리들이 있지만, 그 역시 불순한 인물들이 불순한 의도로 퍼뜨리는 헛소리라고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집값이 거의 곱빼기로 올라갈 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집값이 쥐 오줌만큼만 떨어져도 폭락이라고 난리를 치고, 집 없는 사람들이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전세대란이다 뭐다 해 가며 축구 중계하듯 떠들어 대는 언론은 또 무엇인가? 집 없는 자들이여 이제 전세도 너무 올라 전세살이도 힘들게 생겼으니 이참에 아예 집을 사버려, 하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남 몰래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품어보는 집 없는 사람들을 조롱할 셈인지, 집값이 조금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하는 소리가, ‘주택 시장 훈풍’이란다. 부산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의 열기가 경부선을 타고 올라올지 기대가 크다고도 한다.

‘공정’. 이 시대의 화두다. 빚을 내서 집을 사고 빚으로 치솟는 전세 값을 해결하라는 이 정부에 공정은 또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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