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 헌법의 특징이다. 물론 이 규정이 헌법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19년으로 이미 백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이 헌법의 규정은 해가 갈수록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재산권이 개인의 삶에 있어서 기초가 되기도 하지만, 사회공동체가 형성·발전하는 데 있어서도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의 부동산은 단지 재산으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시설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도시계획시설의 일부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을 위한 자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는 개발제한구역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내용을 보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또는 변경을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이 법률조항을 보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개발제한구역에서의 행위 제한 등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일명 그린벨트(Greenbelt)라고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이 등장해 법제화된 것은 1971년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개발제한구역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유는 경제개발계획을 급속하게 추진하면서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은 환경의 악화를 불러왔다. 개발제한구역제도는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차단해 환경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관리를 통해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개발제한구역제도는 국가가 녹지공간을 지정함으로써 도시의 환경을 보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반면에, 장기간 제한함으로써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약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개발제한구역제도는 도시민에게 녹지공간이 제공돼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여러 장점이 있고, 무분별한 개발을 사전에 차단하고 부동산 투기억제의 효과도 있다.

그렇지만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 부동산이용이 지나치게 통제되고 인접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거주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이렇게 주민들의 재산권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됨으로써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는 재산권 침해문제로 인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유발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재산권 침해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됐고 인권침해문제로까지 비화됐다. 1998년 헌법재판소는 개발제한구역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동 제도에 관한 개선논의가 시작됐고, 정부는 1999년 실효성이 없는 7개 중소도시의 개발제한구역 전면해제를 발표한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추진했다.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헌법 제23조 제2항이 재산권행사에 공공복리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재산권 자체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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