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흠 ㈜다사랑 대표가 수확한 함초를 바구니에 담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양동흠 ㈜다사랑 대표가 수확한 함초를 바구니에 담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개펄 속 자라는 염생식물
10여년전, 아는 사람 無
해안가 민간요법 약초 이용
땍땍이 풀, 땔감으로 쓰여
미네랄 보충 등 웰빙식품
소금·환·효소 등 활용성 多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미네랄의 보고, 개펄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함초’를 30여년 이상 연구하며 ‘함초지기’라 불리는 이가 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먹어본 사람들의 체험담이 쏟아지고 있지만 약 10년 전만 해도 한낱 잡초에 불과했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함초를 연구하고 있는 양동흠 다사랑 대표. 그와 함초와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들른 낚시 집에서 함초가루를 챙겨주며 “속이 편하고 마비 증상에 좋다”는 말만 듣고 수개월을 먹었다. 양 대표는 “처음에 가루를 주면서 먹어보라고 해서 함초인 줄 생각도 못 했다. 함초인 것을 알고 바다의 풀로 장생(長生)을 꿈꾸는 함초지기가 되기로 했다”며 회상했다. 

그는 이후 함초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함초 자생지를 찾았다. 여러 기관에 발품을 팔아 함초 성분분석과 임상실험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01년 양동흠 대표는 함초를 식품으로 허가받게 된다. 

그러나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함초의 염분은 식물이 거른 좋은 소금이다. 함초는 짜고 쓰고 아린 맛이 나지만 많이 먹어도 탈나지 않는다고 수차례 말해도 짜면 사람에게 해롭다는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어쩌다 먹던 사람들도 중단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함초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함초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양 대표는 “함초는 바닷물이나 개펄 속에 녹아있는 성분들을 먹고 자라며 광합성을 통해 좋은 성분을 듬뿍 지니고 있다”며 “약이 없던 시절 해안가 극히 일부 지역에서는 염초, 월경초라고 부르며 일을 많이 하고 땀을 흘릴 때, 배가 아플 때, 생리가 불순할 때 등 민간요법의 약초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초는 염전에서 소금생산에 방해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됐다. 농가에서는 함초가 짜기 때문에 소도 먹지 않는다고 해 천덕꾸러기 풀로 여겼고 ‘땍땍이 풀’이라 불리며 소여물 끓일 때 땔감으로 쓰였다. 

양 대표는 “함초는 바닷물로 키운 특용작물로 비료나 농약이 필요치 않아 인간 친화적인 생물자원”이라며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미네랄 보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숙변과 변비 개선 등 장 활성화, 체지방 분해 등 이 시대에 부응한 웰빙식품”이라고 강조했다. 또 활용성도 다양해 함초분말, 환, 함초소금, 함초김, 함초국수, 함초간장, 함초된장 등 다양한 먹거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함초로 인한 다양한 먹거리가 나오기까지 그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1년 6억원의 자본금으로 ㈜다사랑을 설립해 함초사업을 시작했다.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아 자본금은 점점 잠식되고 함초 관련 가짜 다이어트 사건으로 인해 피해도 봤다. 

양 대표는 “2004년에는 폐업 직전에 이르렀다. 당시 성북구청의 도움으로 성북구 벤처창업 지원센터에 입주해 매니저, 센터장을 비롯해 회계, 마케팅, 경영 등 전문가의 컨설팅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여해 일본과 프랑스 등 외국의 함초시장을 조사하는 등 재도약의 토대를 쌓았다”고 말했다. 

㈜다사랑에서 생산하는 함초 상품.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다사랑에서 생산하는 함초 상품. (제공: ㈜다사랑) ⓒ천지일보 2018.12.17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2007년 함초사업화의 공로와 경영혁신으로 정부로부터 국무총리상을 받고 2008년에는 신안군과 함초기술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서울에서 신안으로 본사를 이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사업인 ‘신안함초향토자원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 일류상품 인증’과 중소기업벤처부의 ‘수출 유망중소기업’ 선정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서울에 살던 그가 신안군으로 이전한 것도 함초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신안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보전권 지역으로 함초생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사랑은 3만 9600㎡의 면적에 함초 유기농 재배 시범단지를 운영하는 한편 지역민들과 작목반을 구성해 33만㎡ 면적의 계약재배 등 연간 600만 이상의 함초를 생산하고 있다. 

함초를 알리는데 반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동흠 대표. 그런데도 그는 “그동안은 함초를 알리기 위해 달렸고 도약을 위해 달려왔다”며 “이제부터 성공을 위한 달리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다사랑은 일본, 미국, 홍콩 등에 함초를 수출하고 있다. 함초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통관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렵다고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열정으로 수출 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양 대표는 “함초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함초생산과 유통, 함초음식점 등 함초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대부분 군소업체로서 함초시장 발전의 한계가 따른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함초에 대한 가치평가와 가능성 등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함초사업을 함초산업화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함초지기로서 함초연구소와 함초전시관을 건립해 함초의 대중화, 함초의 세계화에 앞장서고자 한다”며 “나아가 함초를 세계 수출의 효자 농산물로 키우며 함초의 선구자, 함초의 아버지로 역사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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