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지난 주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후보지로 지정된 알펜시아 리조트를 다녀왔다.
체육계의 지인들과 회원제 골프코스에서 라운드를 가졌다. 전형적인 가을의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이 대관령 등 주위의 높은 산과 잘 어우러진 골프리조트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필자를 포함해 함께 한 이들은 골프장을 비롯해 골프빌리지 스키장 점프대 워터파크 호텔 등 엄청난 규모의 시설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던 것보다 실제 모습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일단 골프장에 충격을 받았다. 기존 국내 골프장과는 판이했다. 해발 700m의 산악지대임에도 불구하고 27홀 대부분이 미국 골프장과 같이 대체적으로 평탄한 코스로 이루어졌고 페어웨이가 널찍했고 벙커, 해저드 등이 아름답게 잘 조성돼 있었다.

각 홀을 따라서 골프빌리지가 만들어져 있는데 골조와 내부 공사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단장이 한창이었다. 광고대로 ‘꿈의 리조트’라고 할 만했다.

골프장 운영시스템도 국내 여느 골프장과 완전히 달랐다. 2인용 골프카트가 페어웨이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 마치 미국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는 착각이 들었다. 캐디 없이 경기를 하는 내장객을 위해서 카트에 거리 표시를 위한 GPS 장치가 LCD 모니터로 장착돼 있었다.

국내 골프장의 새로운 골프문화를 이끌기에 외형적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소문대로 20억 회원권 골프장으로서 엄청나게 투자한 듯했다. 그러나 라운딩 중 과연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강원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의 공기업이 이런 호화시설을 경영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알펜시아 리조트를 관리하는 강원도 개발공사 측은 20억짜리 초고가 회원권을 사면 골프빌리지 분양과 함께 골프장과 기타 시설 등에 회원혜택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분양 사업을 수년 전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분양사업이 저조한 분양률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알펜시아 리조트 전체가 사업 실패의 위기에 몰려 있다.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하루에 2억 원씩 적자가 발생했다는 의원들의 보고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을 정도이다. 분양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무래도 초고가 회원권 때문일 것이다. 20억짜리 회원권을 구입, 유지하려면 개인의 경우 수백억 원대의 재력을 지녀야 가능하지 않을까.

대기업이나 재정이 탄탄한 중소기업들도 20억 원 이상의 회원권에 구매력을 갖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강원도 골짜기에 이러한 고액을 주고 빌라가 포함된 회원권을 살 이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동반했던 한 지인은 “아무리 동계올림픽 유치도 좋지만 회원권이 20억 원을 하는 골프장까지 만든 것은 너무 심한 것 같다. 도민 혈세로 이루어지는 강원도가 51% 지분을 출자해 만든 강원도 개발공사가 방만하게 경영을 한 것 아니냐”며 “아마 삼성그룹 등 대기업 등이 사업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느냐. 일반 기업이라면 철저한 경영마인드로 수익구조를 따져 사업을 했을 것이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무사안일주의, 편의주의 발상이 초래한 부실사업이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초호화판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보면서 바로 이웃에 위치한 용평리조트의 전례가 떠올랐다. 골프장, 스키장, 콘도 시설을 두루 갖춘 용평리조트는 쌍용그룹이 김석원 회장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 속에 세계적인 리조트를 꿈꾸며 수십 년간 야심찬 경영을 하다 경제위기로 부도를 내고 모 기업에 수년 전 매각됐다.

용평리조트는 이제는 회원제보다는 관광투어 상품으로 사업을 펼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용평리조트의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던들 알펜시아 리조트는 현재와 같이 나락의 위기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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