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중국전문대기자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5%를 넘어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수출해서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나라는 이미 미국이 아니고 중국이다. 1992년 8월 24일 수교 당시 중국 측 통계로 50억 불 수준에 불과하던 한·중 교역규모가 2008년 말에는 약 1683억 불 규모로 확대되어 26배 증가되었다.

중국시장이 없으면 우리가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08년 8월 한·중 정상회담 시에는 2천억 불 교역목표를 2010년으로 앞당기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까지 합의했다.

중국의 실존은 거대 담론을 논하지 않고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얼마 전 배추파동 시 긴급수입한 배추는 모두 중국산이다. 우리 밥상에 빠질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음식도 중국배추 없이는 빨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지 않았는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일이지만 초등학교 앞 문구사에 가보면 어지간한 상품은 모두 중국제품이다.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기 때문에 문방구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직접 보고 새삼스럽게 중국제품의 일상 시장점유를 확인하고 느낀 점이 새삼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9월 말 10월 초 제주도에 갈 기회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하오빵(好榜: 끝내준다).” 중국말이다. 제주도에서 가이드와 함께 이동 간에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던지는 얘기들인 것이다.

점심때가 돼서 식사하러 식당에 갔다. 식당 주인이 “여기 제주도 근래에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먹고살기 어렵다고 봐야죠”라고 말씀하신다. 제주도 전역이 중국판이다. 관광객에게 공연하는 서커스 단원 모두도 중국인이다.

중국 10월 1일 연휴 국경절에 한국에 몰려오는 중국인을 맞이할 호텔방이 없어 여행사에서 애를 먹는다는 기사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 한국에 여행 오는 중국인을 위한 호텔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설득력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중국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그렇지”하면서 수긍하는 정도였는데, 작금에 와서는 중국의 실체와 부상에 대해서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세게 몰려오는 중국에 대해 두려워한다든지 경외시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왜군 침략에 대비해서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지만, 이것을 실질적으로 준비하지 못해서 우리는 수모를 당했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옆 중국의 존재가치와 실재가치를 적확히 인식하고 이제는 행동을 하나하나 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그랜드 전략을 짜야 한다.

청와대부터 미국에서만 공부한 사람으로 채워가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 분야는 중국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정치 분야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정치경제전문가, 특히 정치전문가 10만 명을 양성해야 한다. 그들이 중국인과 당당히 어떠한 내용을 갖고도 논할 수 있는 준비된 한국의 중국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와 국경선도 가장 길게 접하고 있는 중국, 한반도 통일에 키메이커인 중국, 우리와 숙명적인 중국, 5000년의 역사가 중국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다시는 굴욕의 역사가 한반도에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일본보다 중국을 두려워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나는 중국에서 공부할 때 중국의 모 지인이 얘기했던 것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확신하건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니먼스시아오구오지아마(你們是小國家嗎: 니네는 조그만 국가 아니냐)?” ‘우리는 큰 나라인데 니네 한국은 작은 나라 아냐? 니네가 발버둥 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그들 뇌리에 박혀있는 한국은 이렇다. ‘지금 조금 잘 살아서 까불고 있는데, 이렇게 조그만 나라가 까불어 봐야 우리 손을 벗어날 수 있겠니?’라는 느낌을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도 중국에 관한 기사가 있다. 어떠한 신문에도 중국기사를 빼놓고 얘기가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고 행동하면 결코 늦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 중 바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 바로 중국과 관련해서 가장 정확하게 어울리는 말이라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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