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내부의 비리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부정이 알려지자 중앙회를 비롯해 6개 지회가 종합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가짜 서류를 통한 업무비 수령, 법인카드 개인 유용, 급여 부정 수령, 채용 비리 등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수두룩하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동모금회에게 이런 일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이 기부자들의 마음에 실망감을 주고 기부의지나 꺾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기부문화는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영국 자선구호재단(CAF)과 갤럽이 조사한 ‘2010년 세계 기부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53개국 중 81위에 불과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순위에서 15위에 달하는 경제규모에는 걸맞지 않은 위치다.

GDP 13위인 호주의 인구대비 기부비율은 70%에 이르렀으나 우리나라는 27%밖에 되지 않았다. 많이 가진 것에 비해 나누는 일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09년 한국인의 개인기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자원봉사를 포함한 기부총액은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기부참여자의 1인당 평균 순수기부액은 2000년 9만 9000원에서 2009년 18만 2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공동모금회의 모금액도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기부문화의 발전은 기부자의 확산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기부자 못지않게 모금자의 청렴한 의식도 중요하다. 기부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기부문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순수하게 기부한 돈이 엉뚱한 사람의 주머니로 흘러간다면 누가 기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겠는가.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투명성강화 대책도 지켜볼 일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공동모금회도 결국 복지부의 산하기관인 만큼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복지부는 공동모금회의 모든 출납을 실시간 공개할 뿐 아니라 시민 참여를 확대해 감시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없애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기부문화 발전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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