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김덕수

수덕사에서 정혜사 선방을 오르다보면 길 모퉁이 오른편 절벽 위에 초가 한 채가 단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만공스님께서 초막을 짓고 정진하시던 금선대라는 암자입니다. 금선대로 가기 위해서는 계곡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는데 만공스님께서는 이 다리를 갱진교라 명명하시고 보임수행을 맹렬히 하셨던가 봅니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글귀에서 나온 말이죠.

수행자가 백 척이나 되는 장대꼭대기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있으면 세상 사람들은 대단한 수행자라고 칭송하고 우러ㅇ러봅니다. 그러나 참된 수행자라면 그 대단한 자리를 훌훌 떨쳐 버리고 일어나 허공에 다시 한 발을 내디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승속을 떠나 하나같이 대단한 것을 추구하고 아예 목표를 대단한 공부에 두고들 살더군요. 대단한 것을 추구하는 병들에 걸렸다고 보면 될까요? 그 스님은 ‘참 대단해̓ ‘참으로 대단한 스님이야̓ ‘우리 스님은 참말로 대단하셔̓ ‘저 이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야̓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대단하다는 수식어가 반드시 따라붙습니다. 세상이 대단한 사람을 원하고 개개의 사람들은 거기에 부응하여 무언가 대단한 일들을 이뤄보려는 바람이 서로 부추겨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단언 드릴 수 있습니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대단한 것을 추구하는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도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그 언저리만 맴돌다 세상을 현혹시킬 따름이라고. 그럼 왜 수행자나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 같은 풍조에서 허덕이는 걸까요. 도를 깨쳤다고 하면 도를 체득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그저 보여줄 따름인데 세상은 참된 도와 도인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없거니와 올바른 수행자는 긴 가뭄에 콩 나듯 거의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그래서 도인이 귀하고 도사는 흔해졌습니다. 참된 스승이 귀하디귀하니 올바른 수행자가 드물고 세인들은 거개가 물욕에 팔려 있으니 도인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길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저토록 도인을 몰라보고 대단함을 추구하는 도사들이 판을 치게 되었습니다.

대단함을 추구하면 종국에는 없는 것을 있는 체 꾸미게 됩니다. 꾸미게 되면 병폐가 붙고 결국엔 혹세무민합니다. 세상의 폐해 중 실로 큰 것이 무엇일까요? 교주가 되어 세상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요?

이제는 모두가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때입니다. 지금 세인들은 열에 아홉이 마음이 들떠서 살아갑니다. 온통 팽배한 물질만능주의에 팔려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그래서 진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볼 수도 없으니 당장 드러나는 쌈박한 것들에 시선이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와 도덕이 땅에 실추되고 삼강오륜이 무너진 것을 보면 지금이 난세요, 말세가 분명합니다.

예와 도덕을 부르짖으면 식상들 한다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예와 도덕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몸으로 보여줄 뿐이라고요. 이제는 정신들 차리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차분히 뒤돌아볼 땝니다.

그러면 올바른 안목이 생깁니다. 즉 정견이 바로 서면 팔정도의 나머지 일곱 가지는 저절로 자리 잡게 됩니다. 정견으로 안으로는 개인수행의 안과 밖을 철저히 점검하고 밖으로는 정과사를 올바로 분별하는 안목을 키워 도인과 도사를 식별할 수 있다면 사이비교주는 자연히 이 땅에서 소멸될 것입니다. 음식도 담담해야 그곳에서 진미가 우러나옵니다. 맵고 짠 음식은 물욕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피를 탁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근자에는 선방에까지 서양의 커피가 침투해 수좌들 대다수가 중독되었다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수도를 옳게 하면 자연스럽게 기호품에서 멀어집니다.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당연한 순서지요. 수도인이 담담한 음식을 멀리하고 자극적인 맛을 찾고 빠져 있다면 그것은 음식에 탐닉되어 있는 것입니다. 커피는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문화에 맞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우리 선방의 수좌들이 평소 육식위주의 공양을 하는 것인가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모두가 자성의 시간을 가져 제자리를 찾아갈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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