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교단 통합추진위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한국교회 통합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교단 통합추진위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한국교회 통합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천지일보 2018.8.17

12월 안에 통합은 물 건너가

4‧6일 별도 총회로 각자도생

“신뢰 못하는 게 통합 장애물”

“20가지나 되는 요구안 때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다음 주인 내달 4일과 6일 한국교회 3‧4의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결국 별도로 총회를 갖는다. 수차례 통합을 선언했다가 결국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고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감만 추락했다는 비판이 크다.

한기연과 한교총은 지난 8월 17일 통합선언문 및 합의서를 작성했고, 10월 15일에도 합의서를 발표했다. 10월 28일에는 다시 한 번 합의서를 작성하며 12월 안으로 통합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특히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한교총 통합위원장 신상범 목사가 “이대로 통합에 또 실패할 시, 세상은 우리를 양치기 소년으로 볼 것”이라며 통합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꼴이 됐다.

한기연은 지난 27일 제7-8차 임원회를 열고 한교총과의 통합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는 “통합을 이루려는 목표는 같으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양측의 통합에 대한 시각차가 없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통합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교인들의 정서는 연합기관이 통합하든 안하든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데, 교단의 지도급 인사들이 통합을 놓고 서로의 정치적인 득실을 따지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통합인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기연 임원 중에서는 한교총 측이 언론을 동원해 통합이 안 되는 책임을 전적으로 한기연 측에 돌리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추진 과정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석 목사는 “이제 와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한들 그것이 한국교회 앞에 서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닌 이상 금회기에 안 되면 차기에 새로운 대표들이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기연 임원들은 제8회 총회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번 회기 내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차기 대표회장과 새로 구성될 임원회에 연합기관 통합을 계속 추진하도록 힘을 실어주기로 결의했다.

앞서 한교총은 지난 8일 일찌감치 한기연과의 통합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한교총은 지난달 28일 합의서 발표 후 이튿날 한기연 측으로부터 받은 ‘세부 추진 일정의 건’ 공문에 대해 “이 공문은 양 기관 대표들이 합의한 10월 28일자 합의에 반한 내용이 있다”며 “한교총은 기관 통합의 길은 열어두되, 본회의 제2차 총회를 진행하도록 가결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의 통합 무산을 놓고 교계 내 비판이 거세다. 한국교회가 하나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개신교계 내 이견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그간 교단연합기구가 하나 돼야 한다면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로드맵 제안, 통합 선언, 언론 보도 등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통합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한국교회언론회 공동대표 이억주 목사는 지난 11일 한국사회발전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교회 연합단체들이 한국교회의 모범이 되고, 개교단이나 개교회들이 힘에 부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뜻을 모으고, 한국교회와 대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연합단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의 연합에 대한 정서가 한창 고조될 때인 지난 2014년 교계 언론 기자 37명(24개 매체)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교회 연합단체 분열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이라는 응답이 34명으로 91.9%를 차지했다. ‘교단들 간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합종연횡’이라는 응답은 24명으로 64.9%, ‘특정 대형교단들의 힘겨루기’라는 응답도 56.8%를 차지했다.

당초 한기연과 한교총의 통합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지난 16일 양측 관계자들은 통합총회가 무산돼 다른 장소에서 조우했다. 이날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11월 조찬기도회 및 월례회를 열었고 양측은 통합무산 이유에 대해 피력했다.

이동석 목사는 “올해만 통합 합의서에 세 번씩이나 사인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하나 되지 못했다”며 “한국교회의 문제는 신뢰가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 한기총과 4대 통합의 원칙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한기총 대표회장이 법원에서 직무 정지가 되면서 통합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기총에 책임을 돌렸다.

전계헌 목사는 한기연과 10월 28일 통합합의를 했으나 다음날 한기연에서 20가지 요구안을 내서 통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통합합의 이행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변상욱 기자는 교단마다 성향이 다른데 일치된 지휘권이 나오겠느냐며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는 “통합 논의 이전에 비정치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한국교회 싱크탱크를 만들어 객관적으로 연구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교총과 한기연 대표들은 코리아나호텔 3층 식당에서 회합을 갖고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세부합의서’에 서명하고 세부합의사항 10조항을 공개했다.

세부합의서에 따르면 통합기관의 대표는 1인 체제이며 통합된 기관의 명칭은 가칭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합의했다. 법인의 기본 재산 충당을 위해 현 이사와 한교총에서 추천한 이사들은 1000만원을 먼저 부담할 방침이었다. 한기연은 절차를 거쳐 1개월 내 이사회를 정비하기로 했다. 기존 한기연 법인 설립시 발생한 부채와 통합기관 운영비는 공 교단 회비 등 부담으로 충당키로 했다. 부족분은 신임 회장단에서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 기관은 통합 이전의 기존 부채는 통합을 완료하기 전에 기존 기관에서 각각 청산키로 했다. 단, 한기연의 청산 비용은 9000만 원 이내에서 통합총회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지도체제는 3인 공동대표회장을 선출하되 1인이 이사장과 대표회장을 맡아 책임 경영하는 등 방침을 세웠다. 양측은 이같은 내용의 세부 이행을 골자로 이달 16일 통합 총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한편 한국교회 교단 연합기구는 당초 1924년 설립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뿐이었지만 보수 개신교의 결집 요구에 따라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제2의 기구로 탄생됐다. 이후 금권선거와 이단 논쟁 등으로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현 한기연의 전신)이 분리돼 제3의 기구가 됐으며, 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시키겠다고 나선 교단장들이 도리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결성하며 제4의 기구로 난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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