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3.1운동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삼천리 방방골골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전 민족구성원이 함께했다. 일제 통계만 보아도 3.1운동이 일어나고 3개월 동안 사망자가 7509명, 부상자가 1만 5961명, 체포된 사람이 4만 6948명에 이른다. 

3.1운동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동안 역사교육에선 고종의 인산일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었고 울분에 찬 우리 민족이 독립만세를 외쳤다고 말한다. 3.1운동을 말할 때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을 한 민족대표 33인의 역할이 크게 부각돼 있다. 33인의 독립선언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 겨레가 전 민족적으로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일본 도쿄에서 이루어진 2.8독립선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1918년 1월 조선인유학생 학우회를 결성하고 최팔용 등 10인을 임원으로 선출해서 독립선언을 준비한다. 각지의 독립운동과 연계를 맺기 위해 이광수를 상하이로, 송계백을 국내로 파견한다. 마침내 조선청년독립단을 만들고 조선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조선인의 독립선언과 활동에 놀란 일제는 임원진 10명을 포함한 27명의 조선인을 체포한다. 2.8독립선언 계획과 실행은 국내 민족지도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동시에 기미독립선언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 

이 대목에서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가 있다. 2.8독립선언을 준비하던 송계백은 일본과 국내 독립운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1월 중순 국내에 들어와서 천도교 인사를 비롯한 주요 인사와 접촉을 갖고 일본에서 추진되는 거사계획을 전하고 사각모에 비밀리에 숨겨 들여온 2.8독립선언서 초안을 전달했다. 1월 30일 송계백은 다시 도쿄로 돌아가 2.8독립선언에 참여한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던 중 24세의 나이로 순국한다. 

2.8독립선언에 앞서 만주 길림성에서 무오독립선언이 이루어졌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1918년 11월에 이루어졌다. 러시아혁명과 1차 대전 종전과 맞물리는 시점이다. 결사항전과 무력투쟁으로 일제를 몰아내고 평등공화국을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도쿄 2.8독립선언과 기미독립선언에 영향을 주었다. 모두 39명이 참여했는데 주요 인사는 신채호, 김규식, 이동휘, 김동삼, 김좌진, 안창호, 박용만, 이승만, 박은식, 이상룡, 이시영, 이동녕 등이다. 만주, 중국, 연해주, 미주가 망라돼 있다. 특히 대종교도가 많다.    

1918년 8월 여운형을 구심점으로 신한청년단이 결성된다. 터키청년당을 본뜬 것이다. 신한청년단에 참여한 핵심적 인사는 여운형, 김규식, 장덕수, 조소앙, 조동호, 선우진, 김철, 한진교 등이다. 이들은 창립 직후 국내와 연통을 하는 동시에 연해주, 일본, 미주에 인사를 파견해서 정세를 공유하고 독립운동 방략을 논의했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미 대통령 윌슨의 특사 크레인이 1918년 11월 파리강화회의에 중국 측의 참석을 권유하기 위해 상하이를 방문했다. 여운형은 단독 면담 기회를 갖게 된다. 크레인은 강화회의에 참가하려면 당이나 정부형태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상황에 맞추기 위해 신한청년단을 정당 형태인 신한청년당으로 변모시킨다. 

신한청년당 총무 여운형 이름으로 의견서 겸 청원서라 할 수 있는 ‘공고서’를 크레인에게 딸려 보낸다. 한통은 윌슨에게, 한통은 파리강화회의에 보내기 위한 것이다. 신한청년당은 외교를 잘 하는 김규식을 다음 해 1월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했다. 안타깝게도 강화회의에서 발언권은 못 얻고 말았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패전국 독일 식민지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신한청년당이 독립운동을 이끈 덕에 2.8독립선언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고 3.1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 3.1운동 이후 상하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돼 대한민국 임시정부 탄생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내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신한청년당의 활동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우리 후손들의 책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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