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공주고 동문회 이름으로 김종필 흉상 제막식이 열린다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내걸렸다. 공주고의 재학생과 교직원, 공주지역의 시민사회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김종필 흉상 건립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동문회 측은 강행하려 하고 재학생과 교직원, 지역시민사회는 총력저지에 나섰다. 

김종필 흉상을 세우려는 계획은 3년 전에 시작됐다. 공주고 동문 40여명이 흉상건립추진위를 꾸린 뒤 모금과 동상 제작, 제막식 거행 계획을 추진했지만 재학생과 교직원, 시민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흉상 건립 추진 세력과 교감하던 학교 측은 흉상 건립 예정일 4일 전에야 교직원과 학생에게 알렸다. 여론은 들끓었고 강력한 반대 의사가 표출됐다. 결국 무기한 연기하는 결정을 했다. 

2016에는 법적 형식을 밟아서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어 진행하긴 했지만 여전히 동문회 집행부와 학교 당국 사이에 교감에 머물렀다. 24일 제막식을 강행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의 핵심 주체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다. 동문회를 주요 구성 부분이라 할 수는 있지만 핵심 주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학교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일을 할 때는 핵심주체와 소통과 교감,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수다. 학교는 지역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시민사회의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관련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핵심 주체는 배제의 대상이 되고 행정 권력을 독점한 세력이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공주고에 김종필 흉상을 세우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김종필이 큰 업적을 쌓은 동문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큰 업적이라 하는가. 국무총리를 두 차례 지냈고 한국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을 든다. 속내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김종필이 한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건 맞다.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면 히틀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 있겠는가. 전두환도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히틀러나 전두환을 기리자고 말하지는 않는다. 

김종필은 5.16 군사 반란을 주도한 인물이다. 핵심 중에 핵심이다. 반란을 주도한 인물을 기리자고 하는 건 매우 곤란하다. 반란을 일으킨 자를 기리게 되면 또 다른 반란을 장려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비밀경찰 조직인 중앙정보부를 비밀리에 만들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안보라는 이름으로 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둘러 무수한 인권 억압을 했던 인물이다.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맺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김종필이다. 위안부라 불리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 사할린 동포 귀환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역사 문제를 잘못 처리했다. 그 결과 당사들과 유족의 고통과 한은 켜켜이 쌓였고 한국 사회는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 

마땅히 기려야 할 인물을 기려야 한다. 쿠데타를 일으켰고 부정부패했고 인권을 억압했으며 굴욕적 외교를 펼치고 지역주의를 조장한 인물을 기린다는 건 반교육이고 반인권적이며 반역사적이다. 국민들이 촛불항쟁에 나온 이유는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과거사를 올바르게 극복하고 쿠데타 세력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인권적 가치를 최상위에 두는 나라, 주권을 똑바로 세우는 나라가 만들어지기 바랐기 때문이다. 김종필 같은 인물을 기린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올 여름 김종필씨가 사망했을 때 정부가 서훈을 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촛불정신을 받들어야 할 정부가 쿠데타 주모자이자 굴욕적 한일협정을 맺은 인물을 기리는 행동을 했다. 잘못된 결정을 한 정부가 김종필 흉상을 세우려는 세력에게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정부가 하는 결정 하나하나가 역사다. 앞으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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