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선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84%가 女교원, 광역시들 전국 평균(75%) 웃돌아…
성비 불균형에 남학생 공감할 대상 없어

[천지일보=전국부 특별취재팀] 국정감사에서 초등학교 교원의 남녀 비율 불균형 문제가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해마다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이 오히려 불균형은 가속화됐다.

2004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교원의 비율이 70%를 넘어서며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후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올해 75%를 넘어섰다. 가장 편중이 심한 서울 지역은 84.3%가 여성교원이며, 광역시들도 전국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월 기준 불균형이 심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서울에 이어 대전(83.4%), 대구(80.7%), 부산(79.2%), 광주(78.5%) 등이다.

서울을 제외한 4개 도시의 남녀교원의 숫자를 각 시교육청을 통해 실제로 조사한 결과 수치가 약간 달랐다. 부산은 전체 9530명 중 여교원이 7935명으로 보고된 수치보다 훨씬 높은 83.26%를 차지했다.

대전시의 경우 전체 5008명 교원 중 여교원이 4163명으로 83.12%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대구시는 그 뒤를 바짝 따라와 총 7066명 중 여교원이 5843명으로 82.69%로 나타났다. 광주는 전체 5558명 중 여 교사가 4369명으로 78.60%로 조사됐다.

이같이 보고 수치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드러났지만 핵심적인 사안은 불균형이 심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부산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상기(51, 부산시) 대표는 “남녀교사의 비율 문제로 학부모들과 논의한 적이 있다. 여자교사들이 남자교사에 비해 너무 많아 분별력이 없는 아이들이 성차별을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아울러 “체육 분야처럼 남자교사와 여자교사가 해줄 수 있는 몫이 다른데 여자교사만 점점 늘어가는 추세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에 정부나 교과부에서는 남녀 선생님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고등학생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박미순(40, 광주시, 가명) 씨도 같은 목소리다.

“반반은 안 되더라도 6대 4의 비율은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여 선생과 남 선생의 지도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도록 선생님 비율이 골고루 분포되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한 쪽 성향만 보고 지도받으면 편파적인 인식을 갖지 않을까요.”

또한 행사를 치르면서 남 선생님이 모자라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았다며 우려를 나타났다.

아이들의 성장발달 과정에서 볼 때 학교에서 교사의 성비 불균형은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도 인정한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이일주 교수는 “사실 유아기까지의 아동들에게는 모성본능이 탁월한 여성들이 돌봤을 때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만 초등학교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춘기가 빨라져 초등학교에서도 이미 신체적으로는 청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많아 이에 대한 적절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교육과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서는 여교사와 남교사 차이가 없다. 오히려 여교사들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들에게는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남자아이를 자녀로 둔 학부모 이수진(가명, 대구시) 씨는 “선생님들은 남자아이들이 유별나다는 말을 하는데 여성과 남성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남자아이들의 성향을 잘 이해해주는 남자선생님이 수업이나 여러 활동을 지도해주면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남자아이들은 체육시간에 맘껏 뛰어놀고 싶은데 여자 선생님들은 이런 것을 기피하다보니 남자아이들은 이로 인해 고충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두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윤경(가명, 대전시, 현직교사) 씨도 같은 교사지만 남교사 부족한 데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보탰다.

“같은 교사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 아이들에게는 남선생님으로서 해주실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 되도록 균형적으로 있었으면 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에 남자선생님을 확충할 수 있는 대안들도 터져 나왔다. 최종 목표가 되는 학교에서 남교사의 비율 할당, 임용고시에서 남자의 합격 비율 할당, 사범대학에 남학생이 들어올 수 있도록 특혜 제공, 교사를 뽑는 임용시험제도의 개선 등이 제시됐다.

한편 초등학교 남교사를 낮게 평가하는 사회의 인식 또한 고쳐져야 한다는 여론도 함께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의 실질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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