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5.18기념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8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전남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5.18기념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8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정경두 국방부장관 사과문 발표

“피해자 명예회복·치유 신중해야”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지난 광주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성폭력·성고문이 자행된 사실이 밝혀져 광주시민들은 큰 충격을 떠안아야 했다. 이와 관련, 7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사과문을 발표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이날 오후 본지는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5.18기념재단의 이기봉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5.18기념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 사무처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사과를 환영한다”는 재단 측 상황을 대변했다.

이날 발표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사과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10대에서 30대로 어린 여학생, 심지어 임산부까지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다. 아울러 5.18민주유공자 3개 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밝혀질 때까지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처장은 “5.18당시 ‘여성 인권 침해행위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앞으로 더욱더 세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군의 인권관을 바로 정립해야 한다”며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5.18 당시 신군부의 강압적 진압과 관련, ‘여성 성추행이 있었다’는 얘기는 무성히 나왔지만, 뚜렷하게 피해 사례가 드러나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피해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와 5.18성폭력사건의 진상을 촉구하는 대중적인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 4월 30일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자신을 5.18피해자로 알린 차명숙씨가 505보안대에서 당한 피해 사실을 증언했을 때만 해도 계엄군의 성폭행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5.18당시 길거리방송을 했다는 차씨는 “보안대에 끌려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성으로선 견딜 수 없는 고문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욕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용기를 낸 증언자들에 의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혀냈다.

이후 밝혀진 조사에 의하면 17건의 성폭행 사실과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무대에서 조사관들에 의한 성추행 등 ‘성고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5.18기념재단에서는 공동조사단에 자료를 제공하고 협력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번 국방부 장관의 사과문 발표는 앞으로 5.18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봉 사무처장은 “이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피해 당사자가 겪은 지난날의 고통과 아픔을 보상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국방부의 5.18성추행 피해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났고, 정부 차원의 사과는 ‘처음 있는 일’로 5.18진실을 밝혀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그는 “이번 5.18피해 여성의 성추행 관련해 특정 부대까지는 지목할 수 있지만,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규명이 안 되고 있다”면서 “가해자 처벌에서는, 공소시효 문제 등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확인해서 이와 같은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 사무처장은 “38년 동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온 5.18피해 여성들뿐 아니라, 가족들 치유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앞서 5.18기념재단에서는 신군부의 ‘민간인학살’ ‘쿠테타’ ‘암매장’ 등 큰 틀 안에서 일해 왔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5.18피해 여성 인권 유린에 대해선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증언자를 발굴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인권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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