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민물낚시의 산증인인 서병원, 남현자씨가 사용한 낚시도구ⓒ천지일보 2018.11.6
한강 민물낚시의 산증인인 서병원, 남현자씨가 사용한 낚시도구ⓒ천지일보 2018.11.6

국립민속박물관, 기증자료전
분합문·색실함 등 민속품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하나쯤 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추억이 담긴 물건은 자신에게는 소중한 보물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기억의 공감共感, 2018년도 기증자료전’을 개최했다.

이는 2017년 한 해 동안 기증받은 대표 자료를 소개하는 자리다. 내년 10월 14일까지 진행되는 기증자료전에는 이야기가 담긴 100여점의 유물이 공개됐다.

전시장 입구 방향에는 신좌섭씨가 기증한 ‘분합문’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대청마루 앞으로 한 칸에 네 짝씩 드리는 긴 창살문으로, 기증자의 어머니 인병선 여사(前 짚풀생활사박물관장)가 수집한 전통 창호 84건 182점 중 대표작이다.

1970년대 농촌 근대화 작업으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전통 가옥이나 사찰문의 기증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의 영역을 한층 넓고 두텁게 하는데 기여했다.

이상억씨가 기증한 ‘분합문’도 공개됐다. 나무로 된 네모 모양의 색실함은 이상억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사용한 것으로 실제 사용한 흔적이 느껴졌다.

기증자 이상억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사용한 색실함 ⓒ천지일보 2018.11.6
기증자 이상억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사용한 색실함 ⓒ천지일보 2018.11.6

어머니와 할머니가 가족이 입을 옷을 꿰매느냐 실을 꺼내 사용하는 모습이 절로 그려질 정도였다. 하나의 색실함이지만 훈훈한 향수를 느끼게 해줬다.

서병원․남현자씨가 기증한 ‘견짓대’등 민물낚시 도구도 공개됐다. 이는 기증자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자료 276건 1002점을 대표하는 것이다. 견지낚시는 견지에 낚싯줄을 감고 이것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법이다.

기증품은 민물낚시 도구가 주를 이루지만 그 도구의 제작도구나 도구의 원재료도 포함될 만큼 내용과 양에 있어 방대하다.

박물관은 “기증자는 후대에 한민족이 어떤 지혜를 가지고 민물낚시를 이어왔는지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모아야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도구를 모아왔다”고 밝혔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50호 관모장인 기증자가 제작한 ‘면류관’도 공개됐다. 면류관은 왕의 정복인 구장복(九章服:제례복 중 하나)에 갖춰 쓴 예모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 국왕이 국가의 대제 때 면류관을 썼으며, 조선 후기에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 즉위할 때 면류관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전시장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11.6
전시장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11.6

강릉 선교장 이내번(李乃蕃 ,1703~1781) 집안의 친척인 이원재씨는 제사상을 기증했다. 이는 7대조 때부터 약 200년간 사용해왔던 제사용품들과 함께 기증한 것이다. 강원지역 사대부집안의 제사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다.

잠수복 제작 전문가인 이성모씨가 직접 만든 해녀 잠수복도 전시됐다. 해녀는 바닷 속에 산소공급 장치 없이 들어가 해조류와 패류 캐는 일을 한다. 최근 유네스코 인류유산으로 해녀문화가 등재되기도 했다.

잠수복은 오늘날 해녀문화를 잘 담고 있어 가치성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은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품은 조상의 손길을 거쳐 전해진, 부모님의 눈길과 마음을 담은, 애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수집한,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나 오랜 시간 우리의 생활 속에서 벗이 되어주던 소중한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장품이 훗날 당시의 생활문화를 상세하게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관태씨가 기증한 네달란드풍의 일본산 탁상시계ⓒ천지일보 2018.11.6
김관태씨가 기증한 네달란드풍의 일본산 탁상시계ⓒ천지일보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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