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산꼭대기 금빛 띤 금샘.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산꼭대기 금빛 띤 금샘. ⓒ천지일보 2018.10.30

산꼭대기 금빛 띤 샘에서 유래

금샘 물 ‘생명의 정화수’로 불려

백두대간 끝자락 해당하는 산

기암절벽의 절묘함, 조화 이뤄

산악인에게 인기, 발길 이어져

명찰 범어사, 금샘에서 비롯돼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이 자랑하는 명산 금정산. 부산 금정구에 있는 금정산은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산이다. 금정산이란 이름은 산꼭대기에 금빛을 띤 샘이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부산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금정산은 높은 산세에다 동래 온천장, 금강공원, 산성유원지 등 각종 위락시설까지 있어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병풍바위, 은벽, 대륙 봉암장 등 클라이머들를 키워낸 바위들도 많다.

금정산에 있는 금정산성은 비교적 잘 보존된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주봉(主峰)인 고당봉은 낙동강 지류와 동래구를 흐르는 수영강의 분수계를 이루는 화강암의 봉우리다. 북으로 장군봉(727m), 남쪽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백양산(642m)까지 산세가 이어지고 그 사이로 원효봉·의상봉·미륵봉·대륙봉·파류봉·동제봉 등의 준봉이 있다. 곳곳에는 울창한 숲과 골마다 맑은 물이 사시사철 샘솟는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북문입구에 마련된 표지판 확인하는 등산객.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북문입구에 마련된 표지판 확인하는 등산객. ⓒ천지일보 2018.10.30

◆금정산(金井山)의 유래

‘동국여지승람’의 ‘동래현 산천조’에는 “금정산은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데 산정에 돌이 있어 높이가 3장(약 9.09m)가량이다. 그 위에 샘이 있는데 둘레가 10자(약 3.03m)이고 깊이가 7치(약 0.21m)로 물이 차 있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색이 황금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이 황금색 우물 속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금빛 우물이 있는 산, 금정산(金井山)’이라 이름을 짓고 그로 인해 산 아래 절을 지어 ‘범천(梵天)의 고기’ 즉 범어사(梵魚寺)라고 했다고 한다.

금정산은 전체 길이 8.5㎞로 등산하는데 3시간 30여분이 걸린다. 치유의 숲길로도 알려져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금샘을 구경하고 하산하던 박영석(초등4)군은 “정상 바위에 홈이 파여 물이 고인 것이 바위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아 신기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일행들과 산을 찾은 한 어르신은 “오랜만에 고당봉 정상에 올라 고함도 지르고 스트레스도 풀었다. 그런데 금샘 구경하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잘못 들어 고생했다”며 헷갈렸던 표지에 못마땅한 눈치다.

고당봉과 금샘 주위는 화강암의 풍화로 인한 기암절벽이 많다. 나무와 물도 풍부하다. 이러한 경치를 보려면 금정산성(金井山城) 북문을 지나야 한다.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1701~1703) 때 만들어진 산성으로 우리나라 옛 산성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바다를 지킬 목적으로 다시 쌓아졌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에서 본 고당봉 정상.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에서 본 고당봉 정상. ⓒ천지일보 2018.10.30

◆금정산의 고당봉과 금샘(金井)

1740년 ‘동래부지(東來府誌)’의 지도에는 고당봉을 ‘고암(姑岩)’으로 표기한다. 고당봉을 한자로 표기하면 ‘고당봉(姑堂峰)’으로 ‘할미 고(姑)’에 ‘집 당(堂)’을 쓴다. 우리나라 산에는 산신이 있고 고려 때까지 모든 산신에는 여신이 있었다는 근거로 이렇게 불렸다.

금정산성 북문에서 고당봉을 바라보고 있으니 봉긋한 연꽃 송이처럼 생긴 봉머리에 흰 구름이 흘러간다. 하늘 문이 열린 듯한 이 비경을 ‘고당귀운’이라 한다. 흰 구름이 봉우리에 걸려 있는 모습이 천상의 세상을 연상케 한다는 뜻이다.

한자로 쓰인 고당봉 표지석은 지난 2016년 8월 1일 낙뢰를 맞아 파손돼 지금은 한글로 쓰인 석비가 있다. 금샘은 고당봉 동쪽에 자리 잡은 바위 무리의 동남단 쪽에 화강암이 돌출해 있는데 그 꼭대기에 있다. 우물은 하트 모양으로 바위의 절리(수직균열) 방향과 같이 남북으로 긴 모양이다. 화강암 속에 있던 다른 암석이 화강암을 빠져나간 뒤 빗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금샘에 물이 마르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기근을 면치 못한다’라는 말이 전해져 가뭄이 오면 금샘을 먼저 살펴보고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또 범어사 대웅전과 대각선상에 있어 하늘과 통하는 지심의 혈맥으로 금샘의 물은 ‘생명의 정화수’로 불리기도 한다. 샘의 물은 낙동강에서 올라온 안개가 낮에 햇빛의 열기로 데워지면서 밤이 되면 주변의 바위가 수분을 빨아들여 물이 찬다고 한다. 10월에는 해 질 무렵이면 홈이 파인 것은 물고기 형상처럼, 석양에 단풍 빛이 반사된 것은 금빛 물처럼 보여 바람이라도 일렁이면 금빛 물에 금빛 물고기가 헤엄치며 노는 것처럼 보인다.

백악기 말인 8천만 년 전부터 형성된 화강암체가 오랜 세월 동안의 풍화 과정과 기후변화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금샘은 학술 가치도 뛰어나다. 주변에 널리 분포한 토르와 암괴류가 이 일대에 자생하는 등나무 군락지 등과 조화를 이뤄 절경을 자아낸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위에서 기념촬영하는 등산객.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위에서 기념촬영하는 등산객. ⓒ천지일보 2018.10.30

◆자연이 만든 성곽-토르(Tor)와 범어사

금정산성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불쑥 솟아 있거나 누군가가 돌탑을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당봉과 금정산 북부 지역 일대의 지질은 불국사 화강암류가 대부분이다. 주로 화강 섬록암, 각섬석 화강암 및 흑운모 화강암으로 구성되며 이 중에서 각섬석 화강암이 가장 널리 분포한다. 이 암석들을 풍화에 의해 형성된 토르(Tor)라고 하는데 ‘똑바로 서 있는 돌탑’이라는 뜻으로 영국 콘웰 지방의 지방어에서 유래했다.

금정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사찰 중의 하나로 많은 불교 역사유적을 간직한 유명 사찰이며 인근에 금강공원과 동래온천이 있다. 신비로운 금샘과 금정산의 기(氣)를 받아 진정한 힐링의 여행지인 부산 금정산을 찾아보길 추천해 본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 입구에 놓여진 바위틈새 사이에 기울어지지 말라는 의미로 등산객들이 받쳐놓은 나뭇가지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금샘 입구 놓여진 바위에 기울어지지 말라는 의미로 등산객들이 받쳐놓은 나뭇가지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